(단편소설) 부적격 인간 (2/8)

by 길거리 소설가

청년은 이내 자신이 떨어트린 종이를 주워준 것뿐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문으로 나가버렸다. 태수는 청년이 쓴 종이의 내용이 궁금해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려는 찰나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그를 이상하게 여긴 책방주인이 큰소리로 말을 걸었다.


“문 앞에 계속 서계실 거요?”


태수는 갑작스러운 책방주인의 말에 당황하며, ‘나가려고 했습니다’라고 허공에 말하곤 문을 나섰다. 여전히 왼팔에 겉옷을 걸친 채, 다시 거리로 나온 그는 딱히 갈만 한 곳이 없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책방 옆 공원의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종이를 찬찬히 읽었다. 세상에 갓 나온 남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글은 소설인지, 수필인지, 일기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중 하나의 도입부였다. 태수가 글을 찬찬히 읽고는 결국 열심히 살아온 남자가 잘 되는 뻔한 결말이 되는 내용이라고 예상하며,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어 더는 볼 필요도 없다'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청년의 종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가 공원 벤치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몇몇의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할 뿐 점심도 지나지 않은 공원에는 생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상태로 10분이 흐르고, 이내 지루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를 피해 전속으로 달렸다. 비는 제법 내렸고, 태수의 상반신은 이미 젖었다. 그의 주변으로 우산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줄지어 달렸지만, 그들에게 눈길을 줄 여유는 없었다. 얼마간 달렸을 때, 그의 눈에 카페가 보여 바로 들어갔다. 그가 카페 안으로 들어가 문 앞에서 빗물을 털고 있는데, 유리문 밖의 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그가 비 내리는 유리문을 멍하니 바라보자, 그의 등 뒤에 카페점원이 밝은 소리로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OO카페입니다”


등뒤의 소리에 놀란 그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작은 키의 여자점원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계산대에 서있었다. 태수는 밝게 인사하는 주제에 표정이 심드렁한 점원의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비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했기에 무어라도 마실 요량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그 뒤 몇몇이 태수처럼 비를 피하기 위해 카페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점원은 다시 심드렁한 표정으로 밝게 인사했다. 점원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누구보다도 친절했다. 그가 만약 맹인이었다면 여점원의 친절한 목소리에 사랑을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싶었다.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이번 목소리는 약간의 노기가 있다. 태수 뒤로 세 명의 손님이 더 기다리고 있자, 점원이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아무 자리에 앉아 주문한 커피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중에 바라본 통창 밖의 비는 더 거세게 오고 있었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 낙엽들이 바람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바삐 움직였다.


낙엽이 움직이는 것이 지루해질 때쯤, 점원이 큰 소리로 ‘커피가 나왔다 ‘고 외쳤다. 점원에게는 처음의 친절함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커피를 들고 이번에는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안녕하세요. 몸이 홀딱 젖었네요. 비를 맞으셨나 봐요"


자신의 옆 테이블에는 방금 책방에서 만난 청년이 두꺼운 책을 앞에 두고는 그에게 밝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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