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밖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제의 거리와 달랐다. 사람들을 피해 가며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청년과 처음 만났던, 책방으로 갔다. 책방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책방의 문에 쓰여있는 여는 시간은 10시였다. 태수는 핸드폰을 꺼내 아직 8시 30분밖에 안 됐음을 확인했다. 태수는 혹시 몰라 그를 두 번째로 만났던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카페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었다. 하는 수 없이 책방의 문이 열릴 때까지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두 손을 겉옷 주머니에 찔러 넣고, 무작정 걸었다. 걸으면서, 틈틈이 시간도 확인했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오면 책방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계속 걷다 보니 어제 잠시 앉아있던 공원에 다 달았다. 어제보다 더 이른 아침의 공원은 아침잠 없는 노인들 밖에 없었다. 이따금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나온 초보 엄마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노인이었다. 태수는 딱히 어디 갈 때도 없었기에 그냥 그곳에 눌러앉았다. 태수는 노인들의 시선을 신경 썼지만, 노인들은 태수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태수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뒤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그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할아버지 두 분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 하며, 큰 소리로 싸웠다. 그 주변에 다른 어른들이 모여들었고, 그중 몇 분은 싸움을 말리고, 몇 분은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다. 태수는 자리를 고쳐 앉고, 시비가 한참인 바둑판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두 노인의 싸움을 계속 듣던 태수는 별 것도 아닌 것에 저렇게 열을 내나 싶었다. 그때,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산책하던 아이엄마가 노인들이 싸우는 소리에 겁을 먹고는 그곳을 빠져나갈 요량으로 빠르게 유모차를 밀다가 바퀴가 작은 돌부리에 걸려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아이엄마는 넘어가는 유모차를 보고 당황하며, 손잡이를 꼭 잡았지만, 아이엄마의 힘은 넘어지는 유모차를 이기지 못하는 듯 보였다. 태수는 재빨리 뛰어가 넘어지는 유모차를 두 손으로 잡아 다시 세웠다.
아이는 놀라 울고, 아이엄마는 어쩔 줄 몰라하며, 유모차에서 아이를 꺼내 자신의 품으로 안았다. 갑작스러운 아이 울음소리가 자신들이 싸워서 그랬다고 생각한 노인들은 유모차 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엄마 품에서 아이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그제야 아이엄마는 태수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며 머리를 숙였다. 태수는 '아이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라고 짦게 말하곤 공원 위의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9시 50분을 가리켰다. 그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책방으로 향했다. 그가 책방에 도착했을 때에 책방주인이 마침 문을 열고 있었다. 책방주인은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와서 부담스러웠는지 표정은 떨떠름했다. 태수는 책방주인의 표정은 상관하지 않고 물었다.
"사장님, 어제 온 청년 기억하세요? 책을 떨어트렸던 청년이요"
"아, 기억합니다"
"언제 오나요?"
"네?"
책방주인은 의아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태수는 천천히 다시 물었다.
"그 청년 이 책방에 자주 오나요?"
책방주인은 다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귀찮다는 듯이 태수는 바라보지도 않고 이야기했다.
"네, 자주오기는 하는데, 약속하고 오는 건 아니니까, 나도 언제 올지는 몰라요. 그런데 보통 오면 11시쯤 옵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올 지도 모르니까"
"네, 감사합니다"
책방주인의 말을 듣고 태수는 매대에 있는 아무 책이나 들고,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읽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서 어떤 식으로 말을 걸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다는 사실이 번뜩 들었다. 그러나 이내 '대충 아무 질문이나 해서 그를 꾀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때부터 바람소리에 책방의 문이 들썩거려 문 위에 달린 종이 울릴 때마다 움찔하며, 문을 바라봤다. 그가 그런 식으로 수차례 문을 바라봤을 즈음에 청년이 책방으로 들어왔다. 책방주인은 태수 쪽을 힐끗 보고는 청년에게 말했다.
"자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네, 가봐"
"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