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부적격 인간(6/8)

by 길거리 소설가

청년은 눈을 크게 뜨고는 책방주인에게 반문한 뒤, 책방주인의 시선이 멈춘 곳을 바라봤다. 태수가 어색하게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태수는 애써 태연한 척, 책장을 넘겼다. 청년은 호기심 어린눈을 하며, 태수 쪽으로 성큼 다가가 물었다.


"선생님이 저를 기다리셨나요?"


청년의 물음에 태수는 책은 천천히 닫으며 일어나 대답했다.


"네,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보려고 기다렸습니다"

"저한테요?"


청년은 아직도,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무엇이 궁금한지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할 뿐이었다. 태수는 청년에게 대화도 할 겸, 어제 만났던 카페로 가자고 권했다. 청년은 태수의 제안에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그를 따랐다. 카페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점원이 톤이 높은 소리로 인사했다, 방금까지 볼때기에 얼음팩을 대고 있었는지, 한쪽 볼만 빨갛게 상기된 채, 표정은 좋지 못했다. 태수가 먼저 청년에게 마실음료를 권했고, 청년은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태수도 청년과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이른 시간이라 카페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들이 주문한 음료는 바로 나왔다. 태수는 점원에게 음료를 받아 청년을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 2층 역시 사람이 없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서로가 마주 보고 앉았다. 청년은 긴장했는지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아댈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청년이 커피의 절반을 남겼을 즈음에 태수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예요?"

"오현성입니다"

"나는 이태수예요. 어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통성명도 하지 못했네요. 사실, 어제 현성 씨와 이야기를 한 뒤에 정답이 없는 몇 가지 주제가 머릿속에 맴돌며 저를 괴롭히더라고요. 그래서 아침 일찍 현성 씨를 찾았어요. 현성 씨라면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아서요"


현성은 태수가 자신을 찾은 이유는 이해했다는 듯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네, 제가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수는 갑자기 정색을 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현성 씨, 저는 똑똑한 사람입니다. 학생 때는 늘 1등을 도맡아 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 배울 만큼 배웠고, 또 누구나 알만한 직장을 얻어 부모님의 희망이었으며, 여동생의 선망의 대상이었죠. 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워했고, 제 미래는 탄탄대로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들어간 직장 동료들과 상사들은 저만큼 똑똑했죠. 오히려 저 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저는 그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제 자신을 채찍질한 것이지요. 점점 연차가 쌓이고, 나름 능력도 인정받을 때쯤, 주변을 둘러보니 죄다 멍청이들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잘 못 생각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똑똑한 줄 알았는데, 합리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했으며, 대충 말로 얼버부리는 꼼수를 쓰는 인간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래서 딱 회사 입사한 지 3년이 지나고 사표를 쓰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더 구역질 나는 건 뭔지 아십니까?"


태수가 급하게 말을 끊고, 커피 마시더니, 현성을 익살 스래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현성이 채 대답도 하기 전에 태수는 말을 이었다.


"바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절거리는 부류들입니다. 토악질이 날 정도로 혐오스러웠습니다. 한두 명 본 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놈들이 다 아는 척 말하는 통에 저는 매일 두통에 시달릴 정도였죠. 그곳에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아는 체 하는 놈들만 있었을 뿐이죠"


태수는 다시 말을 끊고는 앞에 남은 커피를 몽땅 마셔버렸다. 커피잔을 집는 태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까지 했다. 현성은 광분해서 말하는 태수에게 공포와 안쓰러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떠올리지 못했다. 현성은 태수가 계속 이야기할 줄 알고 잠자코 있었지만, 태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현성은 조심스레 태수를 바라보고 물었다.


"선생님, 제게 답을 달라고 하셨는데 선생님 말씀만 듣고는 무엇을 질문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혹시 하시고 싶은 질문을 여쭤봐도 될까요?"


태수는 그제야 무엇이라도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급히 질문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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