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부적격 인간(7/8)

by 길거리 소설가

"미안합니다. 내가 바쁜 사람 불러놓고, 제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네요. 제가 앞서 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제가 현성 씨가 참고하라는 의미로 얘기한 겁니다. 사실, 어제 집에 가서도 현성 씨가 했던 이야기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던가, '나를 위해 소설을 쓴다'던가, 이 말을 되뇌며 잠이 들었어요"


현성은 잠자코 태수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태수가 무엇을 묻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태수도 현성의 의아한 표정을 느꼈는지, 슬슬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성 씨 같은 부류들을 저는 잘 압니다. 아직 세상을 다 살아보지도 않고, 그럴싸한 책 몇 권 읽은 뒤 다 아는 체 하는 그런 부류 말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남들에게 설교하려 드는 거죠?"


태수는 다소 불쾌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뱉어냈다. 현성의 얼굴도 태수가 말을 이어갈수록 찡그렸지만 진지하게 태수의 말은 듣고 있었다. 태수는 자신의 질문에 만족했는지 거드름을 피우며, 등받이에 허리를 쭉 피고는 태수의 도끼날과도 같은 질문에 대꾸도 못할 것 같은 불쌍한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은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는 태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은 어제 제가 선생님에게 '뭐라도 시작해야죠'라는 말을 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태수는 답하지 않았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선생님은 왜 늘 1등을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셨나요?"

"그거야....."


태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제 질문에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저는 선생님 같은 부류의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이죠. 자기만 잘났고, 남들을 모두 바보취급하는 부류의 사람들이요. 자기와 남이 조금만 다르면 득달같이 덤벼드는 부류들이죠"


현성이 잠시 말을 멈추고는 태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현성의 표정에는 긴장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


"선생님이 얼마나 잘나셨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도 한참 어린 저에게 답을 구하려고 아침부터 책방에 하릴없이 앉아있으셨는데, 제가 어떻게 선생님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방금 한 질문 말고 정말 궁금한 게 있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죠?"


태수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하자, 현성은 힘주어 다시 물었다.


"정말 제게 묻고 싶은 질문 말입니다!. 제가 이야기드릴까요? 선생님은 제게 이렇게 묻고 싶으셨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당신처럼 시작할 수 있습니까?'라고요"


태수는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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