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렇습니다. 음식물 처리는 언덕 아래 개방된 통에 넣으면, 동물들이 와서 먹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취사병A는 GOP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반 부대의 경우에는 음식물 처리도 모두 여느 음식점과 비슷하게 하기 때문에 사단급양관에게 GOP의 음식물 처리 시스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직도 그렇게 처리를 하는구만, 내가 20년 전에 GOP에 있을 때랑은 다르지가 않구만 이거, 좀 더 위생적으로 해야해, 한번 내려가 볼까?”
취사병A의 등은 이미 땀으로 다 젖어있었다. 그런데 내려가자는 사단급양관에 말에 폭포수처럼 등줄기에 식은땀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사단급양관과 친한 부하로 보이는 중령이 말했다.
“아, 급양관님, 거 냄새나고, 여기 짬처리야 다 그런식으로 하는 건데 뭐 볼 거 있겠습니까? 일정이 좀 빡빡한데 그냥 내려가시지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언덕 아래에 있다니까 그냥 위에서 어떻게 생겼는지만 보자고”
그나마 음식물 쓰레기장은 언덕위에서도 보이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짬통에 뭐가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기에 취사병A에게는 다행인 순간이었다. 모두를 이끌고, 밖으로 통하는 취사장문을 열고 나갔을 때, 까마귀 때가 학익진 대형으로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우리들 머리 위를 활공하고 있었다.
중대 행정보급관이 이야기했다.
“이게 무슨 까마귀 떼고?”
그 때, 까마귀 한 마리가 봄철 따듯한 온도에 얼어붙어 덩어리로 뭉쳐있어야 할 ‘길게 썰려있는 삼겹살 하나’를 물고 날기 시작하자, 우리 머리 위를 날고 있는 모든 까마귀 들이 짬통 아래로 내려가 따듯한 봄날의 기운에 살살 녹아가던 삼겹살 한 줄 씩을 물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머리 위에는 긴 삼겹살을 문 까마귀 떼가 다시 학익진을 펼치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두들 그 광경을 보면서 말을 잇지 못하다, 중대 행정보급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게 뭐꼬?”
그 때, 까마귀가 물고 있던 삼겹살 한 줄이 우리 쪽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사단 급양관이 입을 열었다.
“저거 고기 아니야? 아니 말세네 까마귀가 어디서 저런 고기를...”
취사병A는 사단 급양관의 말을 자르며 이야기했다.
“며칠 전에 들어온 냉동 삼겹살 중 일부에서 검은 멍자국을 발견하였습니다. 보통 소나 돼지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도축되는 경우 근육이 수축하면서, 빠르게 멍이 든다고 알고 있어서, 소대원에게 그런 음식을 줄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검은 반점이 있는 일부 삼겹살을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취사병A는 생각했다. ‘아 난 이제 망했다. 모든 게 끝이구나...’ 그런데, 취사병A의 답변을 들은 사단 급양관은 박수를 치며 옆에있는 급양 담당 행정관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리 사단에도 이런 인재가 있을 줄이야. 병사를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 사단 1등이구나, 급양 담당 행정관은 이 친구의 사례를 취사관리병 교육집에 넣고, 우리 사단과 계약 맺은 도축업체 전수조사 하세요. 아 참 그리고, 내가 사단장님께 건의해서 포상휴가를 받아 줄게요”
“네 급양관님 알겠습니다”
사단 급양관을 제외한 모두가 자신의 업무가 늘어난 것에 대하여 원망하듯 취사병A를 째려봤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사당 급양관은 믿어주었다.
그렇게 한차례 소동이 끝나고, 취사장 뒤편에는 까마귀들이 저마다 물고 다녔던, 정확히는 오늘 밤에 술안주가 되었어야할 삼겹살들이 널려있었다. 취사병A의 기지로 그는 사단 취사병의 마지막 자존심이 되었고, 사단 취사병들은 이제 고기에 멍이 있나 없나 확인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평화로운 취사병의 일과도 마무리됐다. 땀으로 젖은 취사복은 손빨래를 해야만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