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거리 소설가 Jan 26. 2023

<단편소설> 노인이 묻다, 내게도 묻다(2)



※단편소설은 매주 화요일 /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심심한 출근길 / 퇴근길에 소소한 재미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1화 보러가기


그렇게 가족들에게 연락도 다 하고 나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있었다. 노인의 방에는 작은 발전기만 있을 뿐, 어떠한 전기 시설이 없었다. 작은 호롱불에 의지해 고독한 밤을 버텨내야만 했다. 노인은 말이 없었다. 나 역시 어색한 공기 속에서 밖을 바라 볼 뿐이었다. 한참을 빗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울렸는데 대뜸 노인이 물었다.


“거기는 어떻게 알고 간겨? 등산하는 놈들도 잘 안다니는 길인데?”

“처음에는 등산로로 잘 가다가 갑자기 비 가내려 당황해서 큰 나무를 찾았습니다. 길을 둘째 치고 비를 피해야한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그 나무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천운이구만, 내가 가지 않았다면 필시 저체온 증 따위로 쓰러졌을 게야. 그 곳이 이래뵈도 지대가 높아서 밤에는 많이 추워지거든”

“감사합니다. 어르신, 어르신은 그 나무를 자주 찾으시나요?”


내 말에 노인은 잠시 말을 잊지 못하고는 아까 내가 본 작은 액자로 눈을 돌렸다.

“여기 이쁘고, 듬직하게 생겼지?”


노인은 앨범을 들어 낡은 사진 속 여성을 가르켰다. 그리고는 다른 사진을 들며 늠늠하게 생긴 남자를 가르켰다.


“네 아름답고, 정말 늠늠하네요 어르신 사모님과 자제분 이신가요?”

“맞네, 내 마무라랑 아들 놈 이지”

“그 두 분은 도시 생활 하시나보죠?”

“죽었네”


사실, 노인의 아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들까지 잃었다는 이야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하, 너무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짓지 말게나, 이미 지난 일이네, 벌써 40년도 더 된 일이지, 아내는 병이 있었네, 몸에 병이 생기니 마음의 병도 오더라고, 차라리 병으로 죽었으면 내가 이렇게 죄책감을 갖지는 않았을 텐데, 자살이었어. 너무 아팠나 보더라고, 내가 더 잘 해줬어야했는데, 그러기에는 그 당시 나는 너무 바빴네”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한 모금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들 녀석은 30년 전, 사업실패와 결혼실패, 평생을 실패만 하다가 나무에 목을 메달았네, 어리석은 놈이지. 아들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슬프지도 않았어. 그리고 지금도 다 잊고 지낸다네”


노인의 짧은 독백이 마무리 되고, 나는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자네는 왜 산에 올랐는가? 하필이면 그 나무 밑에 있었고, 정말 비를 피하려는 게 맞았나?”

“네, 어르신, 저는 최근에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와 이것저것 해보며 재충전 중이 었습니다”

“자네도 나만큼 치열하게 산 모양이구만, 얼굴에 그렇게 쓰여있어. 그만 둔지가 얼마나 됐나?”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습니다”


노인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네가 앉아있던 그 나무, 내 아들놈이 목을 맷던 나무라네”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들놈이 그 나무에서 목을 매달고 부터 나는 여기 집을 짓고 살았지, 내 아들처럼 허망이 죽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매일 아침 저녁으로 그 곳을 가본다네, 나 때문에 운좋게도 목숨을 건진 사람이 몇 명 있었어.”

“아 그렇군요.”


나는 짧게 감탄했다.


“그래도 자네 이야기와 가족들에게 필사적으로 연락을 하려는 거 보니 정말로 비를 피하기 위해 그 곳으로 갔던 것이 맞는 가보구만, 어찌 됐건 목숨을 구한 건 맞아. 하하”


노인은 크게 웃었다. 자신 때문에 한 명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뿌듯함의 웃음이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제가 산에 내려간다면 꼭 사례하겠습니다.”


노인은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이제 것 자살하려던 사람을 구해주었다네, 내가 나무에 밧줄을 메달로 있는 사람을 보면 바로 무전을 치지, 그럼 그 산림청 놈들이 와서 자살할라는 놈을 힘으로 끌어내 그리고는 ‘나를 고마운 분’이라고 하면서 소개를 시켜준다네, 자살할라는 놈들은 나를 보며 뭐라고 하는지 아나?”

“저처럼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지 않나요?”

“아니네, 나를 노려보며 저주한다네, 자기를 죽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이야, 나는 30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사례를 한다는 말은 처음듣네, 기분이 묘하구만”

“네, 어르신 꼭 사례를 하겠습니다.”

“아니야, 괜찮네, 자네가 지금처럼 나쁜 마음을 먹지 않고 가족들 잘 보살피며 이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이 최고의 사례네”


노인과의 대화가 마무리 될 쯤 비도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밖이 어두운 건 똑같았다.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 노인이 일러준 길로 하산했다. 그리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다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나는 노인의 담담히 내게 해준 이야기를 생각하며, 내 가족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바보처럼 취미를 찾는 노력은 그만 두고, 내 가족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끝-


브런치북 - 단편소설  비밀 보러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