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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ul 27. 2023

<단편소설>고사(完)

 

 결혼 10년 만에 차를 샀다. 그동안 차 없는 설움에 살았다. 우리 부부는 이 친구, 저 친구에 부탁하며 낑겨타기를 수년째 앞에서는 아무 말 없었으나, 분명 뒤에서 말이 나왔어도 한참 나왔을 것이다. 이제는 당당히 눈치 보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가장 기뻐하는 건 일곱 살날 딸내미이다. 어디를 놀러가도 지하철에 버스에 간혹 택시에 갈아타기를 수백 번 지칠대로 지친 아이는 더 이상 나들이가 행복하지 많은 않았었다. 딜러가 탁송하여, 집 앞까지 자동차를 배달했다. 출고된 차를 보며, 아내와 나는 부둥켜안았다. 좋은 차는 아니지만, 우리차라는 점에 있어 서로가 너무 감격했기 때문이다.      


 나는 출고된 차에 시동을 걸어둔 채로 집으로 재빨리 들어가 미리 준비한 막걸리와 북어포를 챙겨 나왔다. 아내는 갑자기 시동을 걸어둔 채로 재빨리 들어가는 나를 보며 의아해 했지만, 곧 내 행동을 보더니 기겁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응? 차 샀으니까 고사 지내야지”

“고사라니? 그런 걸 왜?”     


 애초에 아내는 ‘고사’ 따위는 아예 머리에 박혀있지 않았다. 나는 이런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차분히 이야기했다.      


“고사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운전하기 위한 마음을 가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북어랑 막걸리를 두고 절을 하면서 ‘무탈하고, 사고 없이 운전하게 해주세요’ 라고 소원을 빌며, 그 소원자체가 내가 나에 하는 다짐이 되는 거지, 꼭 미신의 목적으로만 하는 건아니야”

“응, 괜찮아. 그런 생각은 운전석에 앉아서 매일이라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막걸리랑 북어는 다시 돌려놓고 내려와서 시동 끄고 집에 들어와‘      


 아내의 외가가 신기가 있는 집안이라, 어렸을 때부터 민간신앙, 토속신앙 등등 엄청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아내의 성장배경을 생각하면, 지금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고사는 아내가 어렸을 적 해온 의식에 비하면 일상생활에서 범용성이 높은 것들이다. 교회를 가지 않는 내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라는 찬송가는 아는 이유는 그 찬송가가 범용성이 높고 쓰임이 많기에 거북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자동차 ‘고사’도 마찬가지의 개념인데. 저렇게 까지 화를 낼줄은 몰랐다.  

    

 “그냥 우리 절 딱 한번 씩만 하자”     


 나는 마지막으로 아내를 설득하기 위한 제안을 했지만, 아내는 확고했다. 내가 들고 있는 북어와 막걸리를 손으로 낚아챈 뒤, 아이를 안고서 집으로 향했다. 나는 씁쓸히 자동차 시동을 끄며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날 밤, 늦게까지 TV를 시청 후, 먼저 잠에 든 아내의 옆으로 갔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내를 한번 쳐다본 후, 돌아누웠는데 아내가 괴성을 지르며 발딱 섰다. 아내는 그 세 얼굴에 땀으로 범벅 되어있었다. 나는 놀란 나머지 아내의 손과 발을 잡고 주물러 주며 이유를 물었다.      


“왜 그래?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아내는 온 몸을 떨며, 내게 이야기했다.     

“당신이랑 나랑 미진이랑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데, 2차선 도로 맞은편에서 오는 덤프트럭이 우리가 가는 쪽의 차선으로 넘어오더니, 우리의 클락션에도 반응하지 않고 사고를 내버렸어. 나는 겨우겨우 살았는데, 당신이랑 미진이가 그만...”     


아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냥 꿈일 뿐이잖아. 원래 꿈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현실에서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 너무 신경쓰지마” 

“흠...”     

아내는 갑자기 생각에 잠기더니, 잠옷 바람으로 막걸리와 북어를 챙긴 뒤, 내게 차키를 가져오라고 한 다음에 우리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더니 아까와는 다른 표정을 지으며, 차를 보고는 정성스레 절을 하고 있었다.      


“여보.. 괜찮아? 이 야밤에?”

“아니야. 지금 해야겠어. 너무 찝찝해”     


 결국 아내와 나는 새벽 2시도 넘은 시간에 차에 절을 하며 고사를 지냈고, 나와 아내 그리고 미진이는 별탈 없이 차를 타고 놀러다닐 수 있었다. 차가 처음 온 날, 아내가 꾼 꿈은 어쩌면 그녀에게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조상님의 간절한 마음은 아니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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