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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Aug 03. 2023

<단편소설>카페, 비너스 사람들(完)

카페, 비너스 사람들     


 서울 어느 작은 카페 비너스, 7시면 문을 여는 젊은 여사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눈을 비비며 카페 열쇠를 돌린다. 새벽의 찬 공기와 밤새 답답한 카페 안의 공기가 만들어내는 꿉꿉한 냄새는 초보 여사장이 감내해야할 많은 것들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사장은 그 냄새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늘도 파이팅’이라고 작게 외치곤 어제 준비한 재료들을 찬찬히 꺼낸다. 아직은 원하는 매출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샌드위치’를 알게 될 것이라는 자부심이 그녀의 행동에 나타난다.   

    

 작은 채반에 전달 다듬어 둔, 싱싱한 양상추와 토마토, 로메인을 꺼내고, 치즈의 비닐을 벗기고, 베이컨은 오븐에 굽는다. 베이컨 굽는 냄새가 작은 카페 안을 꽉 메울 때 쯤, 매일 같이 모닝커피를 즐겨하는 옆집 부동산 사장님이 방문하신다.      


 “오늘도 베이컨 냄새가 아주 좋네요! 늘 먹던 커피로 부탁해요”

 “네, 사장님 오셨어요?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날이 덥네요. 여름은 여름인가 봐요.”

 “그러게요. 특히 점심에는 밥을 먹으러 나가기가 싫어서 그냥 굶는다니까”     


 부동산 사장과 짧은 대화를 나누자 금세 커피가 나왔다. 직접 원두를 곱게 갈아 내리는 첫 커피라 그 향이 더 진하다. 카페에는 이제 고소한 베이컨과 진한 커피향이 골고루 나기 시작한다.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하고, 두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바로, 지금 여사장이 만들고 있는 샌드위치의 주인이다.      


 “조금 일찍 오셨네요? 말씀하신 ‘비너스’ 샌드위치 하나랑 커피 드릴게요”

 “고마워요! 이 동네는 밥집 밖에 없어서, 아침을 간단히 먹을 수가 없었는데, 이 집 생기고 나서는 이렇게 샌드위치도 먹고 이 나이에 호강하네요. 호호호”     


 족히 50은 넘어 보이는 나이의 두 번째 손님은 눈 가의 주름 지으며 수줍게 웃으며, 자신이 주문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고 나갔다. 다시 한적해진 카페 안, 여사장은 커피 한잔을 내려, 카페 창 밖을 내다보며, 치열한 회사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를 만끽한다. 그러면서 ‘왜, 자신은 이제 것 치열하게 살았는가?’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되물었다. 눈을 잠시 감고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쯤, 이번에는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친구들이 우르르 방문한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늘 밝고, 순수하고, 때 뭇지 않은 아이들의 인사를 들으면 여사장도 힘이 난다.   

   

 “너희들 왔니? 늘 먹던 샌드위치로 해줄까?”

 “네!”     


 네명의 여학생은 생기발랄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잠시나마 여유로웠던 비너스 카페는 이번에는 여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수다와 숨넘어가는 웃음 소리에 시끌벅쩍하다. 카페를 지나는 행인들도 그 소리에 놀라 쳐다보곤 했다. 작은 카페가 다시 커가는 시간이었다. 여사장은 학생들이 학교에 늦지 않도록 손을 바삐 놀리고 있다. 제법 카페 주인 티가 묻어나온다. 아이들에게 샌드위치를 내어 줄 즈음, 또 다른 반가운 손님이 카페로 들어온다.      


 “욘석들 오늘도 샌드위치를 사러 왔구나”

 “어, 선생님! 선생님도 또 오셨네요”     


 방금 주문한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다. 아이들 말로는 아직 장가를 가지못한 노총각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나이 들어보이지는 않았다. 짖궂은 아이들은 선생님을 바라보며 놀리기 시작한다.     


 “선생님, 여기 샌드위치가 아니라, 카페 누나 보러오는 거죠?”     


 저들끼리 이야기를 해놓고 웃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멋쩍게 서서 머리를 긁다가 겨우 아니라고 답변한다. 그리고는 쭈뼛쭈뼛 카운터로 다가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는 것은 여사장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싫지는 않은지 여사장은 작게 웃으며 주문을 받았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몇 차례 더 놀리고는 학교에 갔다. 여사장과 둘이 남은 선생은 어색한 공기를 깰 겸 괜히 여사장에게 말을 건낸다.     


 “아이들이 짖궃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악의는 없는 아이들이라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마세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학생들이 아침부터 활기차게 있어서 제가 다 힘을 받아요”

 “아, 그랬으면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사장님께서 기분이 나빴을 까봐 걱정했습니다”     


 여사장과 말이 끊킨 선생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여사장에게 묻는다.     


 “저기. 뭐하나 여쭤봐도 되나요?”

 “네, 물어보세요”

 “혹시, 결혼 하셨어요?”

 “아니요”

 “그럼 남자친구는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저랑 주말에 등산 가실래요?”


 선생의 당돌함에 사장은 당황해하면서도 귀여운 데이트 신청에 웃음이 났다.     

 

 “갑자기 등산이라뇨? 이 더위에 올라가다가 쓰러질 것 같은데요. 선생님은 등산말고는 뭐 좋아하시는게 없나요?”

 “네? 아 ..,그게”     


선생이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이번에는 여사장이 이야기를 꺼냈다.  

    

 “등산은 날이 시원해지면 가고, 우리 영화보고 소주한잔 어때요?”

 “아 좋습니다!. 저도 영화보고 소주마시는 거 좋아합니다!”     


선생의 목소리가 상기되며, 밝아졌다.      


 “그럼, 표는 제가 예매하겠습니다. 혹시, 주말 언제가 편하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토요일 좋아요.” 

 “알겠습니다. 제가 토요일에 영화예매 해놓겠습니다. 사장님”


 선생은 들고 있던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는 식은 땀을 흘리며, 인사도 잊은 채 카페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부터, 데이트 신청까지 적잖히 긴장이 되었는지 그의 셔츠는 땀으로 흥건했다. 그 때, 여사장이 선생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데, 어떻게 만날 거에요? 핸드폰 번호 정도는 알려주셔야 연락을 하죠!”


 선생은 다시 당황하더니, 카페 문을 닫고는 여사장 쪽으로 걸어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네, 그러네요. 제 번호는 010-XXXX-OOOO입니다.”

 “이름이 뭐에요?”

 “제 이름은 태수입니다” 

 “흠.. 태수씨로 저장했어요. 금요일 쯤 전화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선생은 다시 헐래벌떡 짐을 챙겨 카페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그러자 여사장은 다시 그에게 소리친다.      

 “제 이름은 ‘미진’ 이에요. 다음에는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아, 네 , 아, 미진씨, 네 , 다음에는 꼭 이름으로 불러드리겠습니다”     


 선생은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남긴 채 카페를 나갔다. 다시 카페는 정적이 흐르고, 여사장은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그의 이름을 바라보며 웃는다.     


 오늘도 서울 어느 작은 카페 비너스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커피 냄새와 베이컨 냄새 그리고 그 곳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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