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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Sep 07. 2023

<단편소설>말라비틀어진 하루(完)

오늘도 평범한 날이었다. 내가 그 사마귀를 밟기 전까지는...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았다. 비단 인간관계 뿐만 아닌, 지나가는 길에 길고양이가 있다면, 나를 보고 놀라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며, 피해 다녔다. 


그런데 그런 내가 담배를 사기위해 들린 편의점에서 멀쩡한 사마귀를 미쳐 보지 못하고 밟았다.

 

지금은 밤 12시, 모두가 잠이 들었을 깊은 밤, 누군가는 깨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밤. 나는 그 경계에서 하루를 마감하려는 그 녀석을 밟아버렸다. 


내 속 안에 무엇인가 끓어 넘친다. 죄책감이겠지? 한 동안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러자 내가 나가면 편의점 주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뭐 더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흉흉한 세상사에 사지멀쩡하고 허우대가 큰 남자가 편의점 중간에 우두커니 서있으니 젋은 여사장 눈에는 퍽이나 무서웠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내 과오를 손수건에 담았다. 그리고 편의점 옆 화단에 그 녀석을 묻었다. 착찹한 마음은 가실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은 1초에 한 번 씩 나를 찾아왔다.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맥주 한 캔을 샀다. 


그리고 흙으로 돌아간 그 녀석 앞에 서서 조금 씩 뿌렸다.

 

'부디 다음 생에는 작은 별로 태어나길.. 나 같은 놈에게 밟히지 않도록...'


짧은 추모 후, 남은 맥주를 입 속으로 털어넣고는 캔을 구겼다.  말라비틀어진 캔이 오늘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담배한대를 물곤, 달빛으로 불을 붙이고 구겨진 캔을 쓰레기 통에 넣고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잊혀질 오늘에 너무 마음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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