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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Sep 14. 2023

<단편소설>즐거웠을 하루(1)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어딘가 있을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는 밀려오는 짜증을 온몸으로 느끼며, 핸드폰을 찾기 위해 허리를 이르켰다. 그러자 내 등 뒤에서 갑자기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매트릭스가 푹신한 바람에 내가 핸드폰을 깔고 누웠는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짜증났지만, 작은 헤프닝이 날 미소짓게했다. 나는 오늘 어쩌면 좋은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씻고, 식사를 마치고, 지난날과는 다르게 가볍게 집을 나섰다. 


 완연한 가을이였다. 가로수 은행나무의 낙엽은 이제 떨어질 준비를 마친 듯이 샛노랗게 물이들었다. 잠시 버스를 기다리며, 노랗게 물든 낙엽을 한참 쳐다봤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도 그 틈바구니에 서서 겨우 버스에 올라 자리 한 칸 차지했다. 출근길 버스안은 웃음기 없는 사람들이 무서운 표정을 짓고 핸드폰을 쳐다보는 곳이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일터로 왔다. 회사도 버스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눈으로는 웃고 있지만, 다들 퇴근을 기다리는 눈치다. 어제의 나였다면 저들과 같았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갑자기 설레는 그런 하루다. 왠일인지 미소가 내게서 떠나가지 않는다. 


 "이 대리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 좋은 일 없는데"

 "아. 계속 웃으 시길래 무슨 좋은 일 있나 싶어서요. 대리님 웃으시니까 인물 사시네요. 평소에도 좀 웃고 다니세요"

 "하하. 이상한 소리하지말고, 담배나 하나 피러 가자"

 

 후배와 함꼐 밖에 나와 담배 한대를 물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가을 바람이 불어 올 때 쯤이면, 3년 전 나를 떠난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와 헤어진 날도 오늘 같이 설레는 아침을 보낸 어느 가을 날이었지'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녀 생각은 뒤로 한 채, 담배를 눌러 끄고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 때, 뒤에서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야, 이태수! 너, 이태수 맞지?"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뒤를 돌아보곤 3분 전에 생각한 그녀가 내 앞에 서있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김미진?"

 "야, 너 잘 지냈어? 너 여기 다녀?"

 

 그녀는 내가 들어가려했던 건물을 손짓하고는 놀랐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어, 2년 됐어"

 "우와, 이거 엄청난 우연인데? 나는 이 쪽회사 다녀"


  그녀는 이번에 반대 쪽 회사를 가르키며 이야기했다. 


 "우리 자주보겠다?"

 "그럼 좋지"

 "그런 의미에서 이따 저녁이나 먹을래? 오랜만에 술도 한 잔하고 어때? 3년 만인가? 우리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좋지 이따 보자, 연락처 그대로지?"

 "너 아직도 내 전화번호 안 지운거야?"

 "아니, 스팸으로 돌려놨어. 아마 번호 있을 거야"

 "하하, 여전히 유쾌하네. 그럼 스팸번호 풀어주고, 이따 6시에 여기서 만나자"


 얼떨결에 그녀와 약속을 잡았다. 내가 사랑했고, 증오했고 또 사랑했던 그녀를.. 그녀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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