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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Sep 22. 2023

<단편소설>즐거웠을 하루(2)


 "야, 너 정말 , 진짜..."


그녀가 술에 취한채 내게 무어라 이야기 중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목적도, 의미도 없다. 

나는 지금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느껴 집에가자고 이야기했다. 3년의 만남, 3년의 헤어짐.


그녀가 내게 헤어지자고 한 순간부터 그녀는 내 머릿속을 늘 헤집었다. 내가 그녀에게 했던 나의 지난 날의 행동들을 후회했다. '더 잘해줄걸','지금 잡으면 그녀가 돌아올까?' 그렇게 나는 연예도 못한채 내 머릿속에만 있는 그녀에 후회하며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늘 염원했던 그녀와의 만남이 실제로 이어지니 실타래 처럼 얽혀있던 모든 매듭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지금 술에 취해 교태섞인 목소리로 내게 의미없는 이야기를 던지는 그녀를 이제는 나에게서 놓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그만 가자, 너 많이 취했어"

 "이태수!"


그녀가 나를 무섭게 불렀다. 꼭 3년 전 그녀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너 술 많이 취했어, 집에 가자, 택시 태워 보내줄게"

 "야, 이태수!"


그녀에 대한 내 걱정어린 외침이 무색하게, 그녀는 내게 질책하 듯 나를 불렀다. 


 "나 귀 안 먹었어, 제발 조용히 좀 이야기해"

 "이태수...."


점점 작아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녹아나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단말마 같은 내 이름을 작게 부르곤 그 자리에서 얼굴을 테이블에 박은 채로 일어나지 못했다. 당황한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세번 흔들며 깨우려 했지만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급한데로 술집 계산을 마치고, 그녀의 가방을 입에 문 채, 그녀를 엎고서는 거리로 나왔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어디사는지도 모르는 그녀를 엎은채로 내가 할 수 있느 행동은 제한 적이었다. 일단 바로 보이는 숙박업소로 들어가, 방을 결제하 곤, 그녀를 침대에 뉘였다. 


 나는 숙박업소에 비치된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변한 것 없는 그녀의 모습에 지난 3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우리가 만나고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갔았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가 각자 살았던 지난 3년을 생각하니 마냥 그녀에게 다가갈 수만은 없었다. 


 나는 곤히 자고있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지난 추억을 가슴에 묻고 가로등 불 하나 외로이 서있는 거리를 홀로 걸으며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유달리 매미 소리가 적막한 길거리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때, 내 휴대전화가 시끄럽게 울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다.


 - 야, 이 등신아!


휴대전화 너머로 분노에 찬 그녀가 내게 소리치고 있었다.


(다음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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