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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Oct 05. 2023

<단편소설>즐거웠을 하루(完)


 그녀의 전화 넘어의 분노를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끊었다. 그녀와 나는 다시는 이어질 수 없다. 아마 다시 만나도 헤어졌을 때와 같은 이유로 또 헤어졌을 것이다. 다시 그녀를 차단했다. 더 이상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즐거운 일이 있을 것 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나 술한 잔 걸칠 때 까지만 해도 즐거웠다. 하지만 즐거움이 커질 수록 마음 한 켠에는 그녀와 싸웠던 지난날의 기억들, 헤어짐으로 인해 피폐했던 내 생활들이 점점 떠오르며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그녀와의 만남은 내게는 독사과를 먹는 백설공주와 다를게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냉정하게 그녀를 놓아주자고 마음 먹었다. 결국 빈손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침에는 즐거웠던 기분으로 지금의 씁슬했던 기분을 상쇄하면, 그저 오늘은 평범한 하루였을 뿐이다.


 혼자 속으로 '오늘은 평범한 하루의 일부'라고생각하며 길거리를 걸었다. 밤 날씨는 쌀쌀했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연신 팔장 끼고 양 어깨를 계속 쓸었을 날씨다. 쌀쌀한 날씨와 취기가 집에 들어가기는 아쉽게 만들어 동네 친구에게 전화했다.


 - 야, 뭐하냐? 자냐?

 - 어, 태수구나. 아니 일이 좀 남아서, 집에서 일 하고 있어.

 - 많이 바쁘냐?

 - 조금 바쁘네. 어쩐일이야? 이 시간에

 - 심심하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려고 연락했지. 그런데 일 하는 중이면 힘들겠구만.

 - 너 어딘데?

 - 나 여기 집에 가는 길인데, 집 근처 까지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

 - 그럼, 집 근처 와서 연락해, 일이 마무리 되면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조심히 와라 


 친구와 통화를 마치고, 새로 시작 될 술자리를 생각하며, 담배를 사기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아직 취기가 남아있기에 비틀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에서 나는 미쳐 보지 못한 사마귀를 밟았다. 


 오늘은 참 희안한 날이다. 즐거움, 씁슬함, 죄책감 이 모든 것이 하루에 있는 희안한 날이다.




단편소설 - 말라비틀어진 하루(完)

단편소설 - 즐거웠을 하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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