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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네 Oct 25. 2024

5-1. 언니는 나쁘다.

언니가 운 이유



2019년 4월 18일 <병원에서 언니랑 자는 날>


 우울증 약을 먹게된 후로도 언니는 종종 울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언니가 슬픔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어제 언니가 운 이유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털에 병을 검색해보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봤다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릴거라는걸 알아버려서 남자친구한테 헤어지자고 말할거라고 했다.


 그리고 동정맥기형은 대부분 간질로 먼저 인지하거나 아예 평생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고, 10% 정도만 뇌출혈로 발견된다는데, 자기는 운이 없다고 생각했단다. 언니는 생각보다 그동안 인생을 열심히 살아서, 그 때 죽었어도 아쉬움은 없었을 것 같다고 그랬다.



 언니는 나쁘다.

 나는 언니가 없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매일 빌었는데.

날 바른 길로 인도해 줄 사람도,

고민도 잘 못털어놓는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도,

목소리만으로 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언니뿐이다.

 예쁘고 착한 우리 언니. 살아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낄 그 날을 내가 꼭 만들어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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