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사무실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제 수중에는 천만 원이 전부였기 때문에 보증금이나 월세가 너무 비싼 사무실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열심히 싸고 좋은 매물을 찾아 공인중개사무소들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공인중개사로부터 좋은 매물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달려가보니 집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무실이었고 대로변 쪽에 있어 위치가 정말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시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는데 사무실이 그 어린이집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아이와 가까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사무실은 4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운동한다 생각하고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후에 큰 재앙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45만원을 부르셨습니다.
보증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월세 45만원이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살짝 망설이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공인중개사분이 임대인께 전화로 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여기서 사업 좀 시작해 보겠다잖아요! 좀만 빼줘요!"
"내가 빼달라는 게 아니고 옆에서 하도 사정사정하니까.. 거 좀 빼줍시다!"
저는 그저 옆에 서있을 뿐이었지만 졸지에 저는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임대료 좀 깎아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감사하게도 월세 5만원을 깎아주셨고, 마침내 제 사무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빌린 거지만)
이제 텅 비어있는 사무실을 채워 넣을 차례입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당근으로 책상, 소파 등 나눔 하는 것들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쓸만한 것들이 나눔으로 많이 올라와있었고, 누가 가져갈 새라 재빨리 예약을 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원목서랍에 강화유리 상판으로 이루어진 큰 책상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임원진이 쓸법한 책상처럼 크고 웅장했는데, 이게 당근에 나눔으로 올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나눔을 받기로 하고 장소를 받았는데 마침 사무실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눔 받기로 한 당일, 시간에 맞춰 해당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큰 사무실이었는데, 저희 사무실과 같은 4층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나눔을 해주신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저를 도와주러 온 지인과 함께 강화유리 상판을 드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유리의 몇 배로 무거웠던 것입니다.
팔이 후들거렸지만, 어떻게든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힘을 내서 들었습니다.
겨우겨우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사무실에서 1층까지 내리고, 다시 저희 사무실 건물 1층부터 해서 4층까지 옮기는데 하늘에 샛노랗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더 큰 산이 남았습니다.
유리상판 밑에 있던 무거운 원목 서랍이 건너편 건물에서 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고급스럽게 느껴지던 '원목'이라는 단어가 그 상황에서는 매우 폭력적인 단어로 느껴졌습니다.
그제야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왔습니다.
'내가 뭔 영광을 누릴 거라고 저런 큰 책상을 했지? 지금이라도 못 가져가겠다고 해야 되나?'
정말 나눔 받는 걸 취소할 생각까지도 했지만, 그러려면 지금 옮겨놓은 유리 상판을 다시 저기로 갖다 놔야한다는 생각에 섬뜩해지며 얼른 원목서랍을 가지러 갔습니다.
결국 한 명을 더 불러 세 명이서 같이 원목서랍을 옮기는데, 나사로 분해할 수 있는 것은 죄다 분해를 했음에도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야 했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셰익스피어의 명언이 있던가요.
그 말처럼 저는 원목책상을 쓰기 위해 그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며 겨우겨우 사무실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책상 하나를 옮긴 것에 불과했습니다.
지인분의 트럭에는 싣고 온 책상과 소파, 잠금장 등 옮겨야 할 것이 산처럼 쌓여있었습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엘리베이터의 유무가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7월의 한여름 낮에 그렇게 땀으로 샤워를 하며 어떻게든 짐을 옮겼고, 녹초가 되어 사무실에서 청소를 언제 했는지도 모를 먼지투성이의 벽걸이 에어컨을 틀고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그래도 고생한 만큼 가구들을 배치하니 제법 사무실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구청에 사업계획서와 운영규정 등을 작성해 신고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청직원이 저희 사무실로 현장실사를 왔다 갔습니다.
1차 현장 실사 합격.
2차는 바로 PT를 통한 지정심의위원회의 심사입니다.
이제 재가복지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마지막 한 관문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