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센터장에게 뒤통수를 맞다.

by young

장기요양기관에서 센터장으로 일한 경력이 5년을 넘어가면서, 기관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직접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해서 운영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배우자도 저와 같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보유했었고, 애를 낳기 전까지는 장기요양기관에서 잠깐 일도 했던 경력도 있었기 때문에 같이 운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께 솔직하게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이제 직접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퇴사를 하겠다구요.


대표님은 잠깐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새로 센터장을 구인해야하고 인수인계도 하고 해야되니까 한 5~6개월만 더 일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장기요양기관이라는게 다음날 바로 설립할 수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일을 하면서 준비하는게 어쩌면 더 좋다고 생각을 해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대표님은 구인공고 대신, 건너건너 아는 한 분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그 분은 50대의 남자 사회복지사였는데, 붙임성도 좋아보이고 성격도 모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온 센터장에게 업무 관련 인수인계를 해주고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보통 처음 들어온 직원은 어르신의 얼굴과 이름, 질병 같은 특징 등을 외우고, 해야 할 센터 업무 등을 숙지하는데, 이 분은 제일 먼저 한 일이 어르신 및 보호자의 연락처를 일일이 본인의 전화기에 저장을 해놓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센터장은 이용자의 연락을 받을 일이 많다보니 보통 저장을 하지만 센터장으로서 배워야할게 많은데 연락처 저장부터하고 있는 경우는 흔치가 않았기 때문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서류업무는 뒷전이고 생활실로 나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3달정도 지났을 무렵, 센터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를 선언했습니다.

저에게는 날벼락같은 소리였습니다.


이제 슬슬 퇴사를 하고 장기요양기관설립에 힘을 쏟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3개월만에 센터장이 인수인계를 받다가 퇴사를 한 것입니다.

졸지에 다시 업무를 떠안으며, 설립을 위한 서류까지 이중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센터장이 퇴사하고 난 이후, 센터의 이용자가 하나 둘씩 줄어들어갔습니다.

보호자분께 연락을 해보면,


"저희 어머니가 아프셔서 한동안 못나가실 거 같아요."


"저희가 이사를 하게 되어서요."


"아버님 아시는 분이 계시는 센터로 옮기려구요"


등등 다양한 사유를 들며 퇴소를 하셨습니다.

한달 만에 그렇게 7명이 넘게 줄어들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 보호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한테 전화가 한 통왔는데, 알려드려야 될것 같아서요."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퇴사한 센터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자기가 인근에 주간보호센터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본인부담금을 싸게 해줄테니 옮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보호자분은 저희와의 의리를 위해 옮기지 않았고,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이제서야 왜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나갔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인근의 주간보호센터가 운영이 어려워 폐업을 하려고 하자, 대표님이 데려왔던 그 센터장이 거기를 인수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수하기 전에 저희 센터에서 이용자 정보, 운영 노하우, 서류 등등을 다 빼간 다음, 인수하고 나서 일일이 보호자와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어 몰래 이용자를 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대표님은 크게 화를 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도와줄 수 없다였습니다.


결국, 대표님은 그 주간보호센터로 가 센터장을 직접 만나려고 했지만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만남도 통화도 하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 대표님이 저를 보는 눈도 바뀌었습니다.

이미 대표님께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말을 했다 보니, 아마 저도 이용자를 빼가는게 아닌가 그런 의심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일주일 만에 쫓겨나듯 퇴사를 했고, 대표님의 눈 앞에서 모든 이용자의 연락처를 삭제해야했습니다.

그리고 행여 제가 센터를 차린다, 퇴사를 한다같은 이야기가 직원들이나 이용자에게 들리면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오랫동안 같이 지낸 직원들과 이용자에게 인사도 한번 건네지 못하게 했고 쓸쓸히 나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제 목표는 저만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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