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은 언제, 왜 가야 하는 걸까요? 지도라는 시험지 위에 시세라는 답이 적혀있는 아파트 실거래 시세지도를 펼쳐보세요. 지도에 보이는 이 동네의 시세라는 답이 왜 이렇게 형성되어 있는지 인터넷을 통해서는 도저히 찾을 수없는 곳이 있나요? 왜 이 단지가 더 구축이고 지하철역에서도 멀러 떨어져 있는데 새로 지은 신축 단지보다 비싼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요? 임장은 바로 이럴 때 가시는 겁니다. 아무리 혼자 공부를 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보는 답안지의 해설처럼, 현장이란 답안지의 해설을 직접 보며 시세라는 답이 어떻게 나온 건지 그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부동산 임장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엘리트, 시세는 엘리트 순이 아닌가?
송파구 잠실동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호갱노노나 네이버부동산, 다윈중개 어떤 사이트나 앱이든 상관없습니다. 부동산의 실거래를 볼 수 있는 지도를 켜고 답안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잠실에는 3 대장이라고 불리는 엘리트라는 단지가 있지요. 엘리트란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세 개 단지를 묶어서 부르는 별명 같은 것입니다. 세 단지는 각각 과거의 잠실주공 1, 2, 3단지를 재건축한 재건축아파트 단지로 연식과 상품성, 입지가 대동 소위 한 아파트 단지들입니다. 이럴 경우 정말 작은 한두 가지 입지, 상품요소가 시세 형성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잠실 엘리트 단지
과거의 시세나 입주민들의 선호도를 보면 리센츠가 1위를 지켜왔고 그 뒤로 엘스, 마지막은 트리지움 순이었단 것을 알 수 있죠. 잠실에 임장을 가고 살아보기 전, 지도만 봐도 리센츠와 엘스의 시세를 트리지움이 뛰어넘기는 어렵겠다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리센츠와 엘스는 한강에 맞닿아있어서 한강뷰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이나 주말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트리지움의 입주민들보다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엘스와 리센츠의 미세한 시세와 선호도 차이의 원인은 도무 지알 수 없었죠. 호재를 보아도 현대차그룹 GBC 개발, 영동대로지하화, 잠실 종합운동장 MICE계획 모두 리센츠보단 엘스 쪽에 가까운 위치에 있어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잠실은 투자뿐 아니라 실거주를 고려하고 있던 동네였기 때문에 이런 풀리지 않은 의문을 가진채 임장을 가지 않고 주택을 구매할 순 없었죠.
실제로 가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두 개 단지를 걸어서 산책을 해보면 리센츠의 조경이 엘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구성되어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리센츠 단지를 걷다 보면 꽤 큰 규모의 인공호수와 분수, 석가산과 폭포들이 몇 개 보였습니다. 그 옆엔 이렇게 아름다운 조경을 즐길 수 있는 벤치와 의자들이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주말에 나와 커피 한잔하며 책을 읽으면 굳이 단지 밖에 있는 롯데타워나 한강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여유롭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실 리센츠아파트 조경
지도로는 확인할 수 없던 리센츠만의 또 한 가지 장점은 바로 아파트 배치와 산책로 구성이었습니다. 아파트가 단지 중앙의 산책로를 병풍처럼 감싸는 모양으로 배치되어있어 단지를 걷는 내내 좌우로 빼곡히 심긴 소나무 숲을 보며 머리를 비우고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이곳에 살며 산책하면 매일 수목원 같은 산책로를 거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리센츠의 호감도는 더욱 올라갔습니다.
잠실 리센츠아파트 산책길
한강에 가리어져 보지 못했던 석촌호수도 가까이 있어 오늘은 한강 산책, 내일은 석촌호수 산책이 가능한 단지라는 것이 엘스와 선호도를 벌리는 또 한 가지 장점이었습니다.석촌호수와 붙어있는 잠실 롯데타워와 롯데백화점 역시 엘스보단 리센츠에 가까워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유리했지요. 이렇게 임장을 가서 돌아보니 지도로는 보이지 않았던 입주민들이 실거주하며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재건축이 될 잠실주공 5단지를 제외하고 잠실의 대장이 리센츠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엘스 단지 바로 옆에 잠실 종합운동장 MICE 개발이 얼마나 주거환경에 개선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현재 엘리트 단지의 선호도 순위가 바뀔 수도 것 같아 이사를 온 지금도 계속 시세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 동네 시세는 왜 이런 걸까?
예로든 잠실 말고도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던 중 도저히 네이버 로드뷰와 구글링을 활용한 방구석 임장으론 풀리지 않은 궁금증들이 있던 지역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 동네 시세는 왜 이래? 임장을 부른 지역 1
마치 하나의 단지처럼 붙어있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힐스테이트는 왜 시세 차이가 나는 걸까? 조금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같은 평형끼리 몇억 차이가 나는 게 정상일까? 세대수 큰 거 말고 또 다른 장점이 있나? 이런 의문이 들었죠. 이 의문 역시 반포동 임장을 가고 래미안퍼스티지의 말로만 듣던 두루미와 거북이들이 살고 있는 호수와 천년 목을 보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로는 두 단지가 완전 하나의 단지처럼 보였지만 막상 가보니 작은 건널목을 건너야 했었고 고속터미널역이나 병원 같은 주거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서는 래미안퍼스티지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시세가 이해 갔었죠.
또 바로 옆의 잠원동 같은 경우 거의 같은 시기 입주한 아크로리버뷰와 신반포 자이라는 단지가 있습니다. 입주 전 지도로 봤을 때는 두 개의 단지가 큰 시세 차이 없이 비슷한 가격대로 거래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아리뷰에게 한강뷰가 있다면 신반포자이에겐 한강뷰빼고 모든 것(역세권, 통학거리, 백세권)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준공 후 두 단지의 시세는 점점 벌어져 지금은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반포자이의 시세가 저평가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녁 임장을 통해 본 아리뷰의 한강 야경 뷰는 신반포자이의 다른 장점을 모두 잊게 해 주는데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서울의 한강야경 (출처 : 호갱노노)
이 동네 시세는 왜 이래? 임장을 부른 지역 2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방 역시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임장을 갔습니다. 단순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가기보단 실제 투자를 가정하고 손품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의문을 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갔었던 임장이 대부분이었죠. 한 곳만 예를 들어보면 청주 서원구에 위치한 방서동의 3개 신축단지입니다. 세 곳 모두 18년 ~ 19년 사이 비슷한 시기에 입주했고 중간에 위치한 자이가 초품아라는 것을 제외하면 큰 입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단지 었습니다. 하지만 세 단지의 시세는 동일평수 기준 방서센트럴자이가 다른 두 개 단지에 비해 10~15% 가까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투자자들의 투자수요로 인한 거품인지 실제 지도로는 확인할 수 없는 주거 프리미엄의 차이인지 가서 확인해봐야 했습니다. 실제 세 단지를 직접 방문해서 임장한 결과 초품아 이외에 아파트의 상품성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방서센트럴 자이의 34평의 경우 다른 구축 아파트의 40평대와 같이 느껴질 정도로 평면을 잘 설계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도 3개가 아닌 4개로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기존의 환기설비가 아닌 창문틀에 설치된 환기시스템도 한 차원 진화된 기술을 적용한 것 같다라는 호감을 가지게 해 주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단지 조경 역시 아이들이 선호하는 동화 속의 놀이기구들과 아기자기한 테마산책로를 활용해 차별화시킨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임장 이후 세 개의 단지는 시세가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리는 같은 흐름을 보이겠지만 지금의 시세 형성 순위가 뒤바뀔 일은 없겠다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임장은 이렇게 시세라는 답안지가 형성된 원인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런 사전조사와 목적 없이 옆동네 산책하듯 가는 임장은 '의미 없는 열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