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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n 29. 2022

창업가인가, 짝귀인가. 중국 스타트업 폭탄 돌리기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记)의 주인인 이셴(逸仙电商•NYSE:YSG)은 조만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쫓겨날 분위기다.


창업 3년 차인 2020년 11월, 위풍당당이 상장사의 주인이 된 젊은 창업가들은 오프닝 벨소리가 귓가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에게 원망의 대상이 될 처지에 놓여졌다.


이셴이 지금이야 시총 6천5백억 원에 주당 1달러 선(2022년 6월 말 기준)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신세(?)이지만, 상장 당시만 해도 주당 24.55달러로 시총 14조 원이 넘는 슈퍼스타였다.


이셴의 주가 변화


브랜드 직영 판매를 고집하며 엄청난 마케팅 빨과 함께 등장한 이셴의 퍼펙트 다이어리.


출시 1년 만에 유명 브랜드들을 싹 다 재끼고 티몰 화장품 판매 1위로 등극한다.


그리고 2019년, 2020년... 3년 연속 타이틀을 치키며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쯤 되면 언론부터 증권가는 난리가 난다.


그들로부터 터져 나온 찬송과 찬양이 온 천지를 뒤덮었다.


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없는 젊은 경영진도,


순수 마케팅 비용만 매출의 7~80%가 되는 것도,


바람돌이도 아니면서 하루에 한 제품씩 출시하는 졸속 상품 기획도,


이 모든 것이 당시에는 기적과 은총으로 칭송되었다.


사실, 중국에서 이런 자본주의적 경박함이 하루, 이틀의 일이던가.


폰지 사기와 별 다를 바 없던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도 그렇게 한국에서까지 ‘창조경제’, ‘청년창업’의 롤모델로 포장되더니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미 상폐된 루이싱 커피부터 NYSE 입성 당시 7달러로 시작해 10달러까지 찍고 1년도 못 돼 0.7달러로 10분의 1토막 난 Onion Global(洋葱小姐•NYSE:OG)까지 그 경박함의 화려한 주인공은 다양하다.


Onion Global의 주가 변화


그리고 이러한 출연진들은 그들 사업과 스토리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동일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우선, 마케팅 빨이 장난 없다.


어디서 끌어온 줄은 모르겠지만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노출과 홍보가 이어진다.


매체란 매체는 모조리 이들에게 점령당해 그 어디서도 이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유명 연예인과 콘텐츠는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매체이다.


물론 그들을 섭외하는 동력은 자본이고, 또 자본을 바탕으로 한 커넥션이다.


그러한 노출과 홍보 이외에도 공짜 쿠폰과 파격적인 판촉은 빠지지 않는 단골 수법이다.


“소는 누가 키우니?”라고 묻고 싶지만, 그건 나같이 이상한 놈이나 궁금해하는 것이지...


일단은 한 번씩 써보는 대세를 형성한다.


근데 써보고 나면 느끼겠지만, 실속이 없다.


연예인이 침 튀기며 떠들어댄 ‘와우’는커녕, 시장의 기존 제품들보다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갸우뚱하고 있는 우리의 눈앞에 또 다른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큰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박입니다. 대박!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밖에 안 써본 사람은 없다더니! 실화였군요!”


결국은 본인만 까다롭거나 이상한 사람이 될뻔한 것으로 거둬 넘기고 ‘득템한 거였구나...’ 하는 자기최면으로 갈무리한다.


결국 속 터지는 건 ‘50년째 동네 국밥집’으로 조용한 단골들만 문전성시인 노포 사장 같은 이들이다.


기술과 시간을 갈아 넣어 좋은 제품, 훌륭한 서비스만 만들면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 믿고 살아온 이들은 결국 이러한 자본과 포장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이것이 자본주의인 것을.


그리고 뭔가 어색한 자본주의를 구가하는 중국에서 이러한 행태는 극에 달한다.


다름 아닌 ‘규모’ 때문이다.


14억 인구, 날로 상승하는 GNI(국민총소득), 어설픈 시장 규제.


서식하기 딱 좋은 환경 속에서 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나 이 환경을 또 미끼 삼아 미국 증시로, 한국 증시로, 영국 증시로 꽃을 피우기 위해 뻗어나간다.


분명 내가 실물 경제만 신봉하는 꼰대일지 모른다.


허세와 손장난으로 판을 키우는 타짜에게 판돈 얹기 무서워하는 쫄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쫄보 꼰대의 눈에는 이들과 다른 기업도 들어온다.


내가 오랫동안 눈여겨보고 있는 마리 달가(Marie Dalgar•玛丽黛佳)라는 색조화장품 브랜드가 그중 하나이다.


©Marie Dalgar


단순한 유행이나 연예인과 엮는 것보다는 문화, 예술과의 접목을 더 선호하며, 그러한 크로스오버를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 어렵거나 거만하지 않게 소화해낸다.


중국산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세련됨과 Made in China는 가질 수 없는 디테일을 구가한다.


명품의 가격은 아니지만, 명품을 지향하고, 중국의 브랜드지만 세계의 브랜드로 나아가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브랜드의 설립자인 츄이샤오홍(崔晓红)은 신비주의적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엔지니어 출신이다.


©Marie Dalgar


그녀는 최대 주주(99%)인 동시에 내외의 상징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경영과 마케팅을 모두 전문가에게 일임했다.


그리고 그녀가 맡고 있는 직책은 CPO(최고 상품 책임자).


20년 가까운 세월을 묵묵히 마리 달가 제품의 품질과 상품성만 파고 있는 그녀에게 ‘기업공개’는 아마 관심 밖의 머리 아픈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이 대륙의 야바위판에서 그녀와 마리 달가의 행보가 쉽지도 않을 것이고 무척이나 외롭겠지만 그 존재와 생존은 분명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희망인 것이다.


그리고 블랭크 코퍼레이션이니, 가히니, 바디프랜드니 하는 타짜들만 한국을 뒤덮어 버리면 우린 분명히 얘네들한테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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