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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피나무 겨울눈, 포편, 관속흔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굴피나무 겨울눈.jpg 위쪽은 굴피나무 포편(열매를 담고 있던 포), 아래쪽은 겨울눈, 가지에 있는 무늬는 엽흔(관속흔)



'계문강목과속종'

이 말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우고 까맣게 잊고 산 말이다. 시험 볼 때만 달달 외울 줄 알았지 어째서 필요한 줄을 모르고 살았다.


요즘 이 말을 다시 듣게 되었으니 그건 바로 초막골생태공원 자원봉사자 교육 때였다.

계문강목과속종, 이 체계대로 식물을 분류해서 알게 되면 내 머릿속에 정돈된 서랍을 갖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만나는 모든 나무와 꽃, 풀들을 하나하나 알고 다 외우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이 식물의 체계를 인지하고 있으면 대표되는 식물만 알아도 절로 알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턴 그림을 그리면 이 분류체계를 먼저 알아보고 살펴보려 한다.

교육시간에 배웠는데 꽃이 피는 속씨식물(피자식물)은 '100과'만 알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 '과'를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속씨식물이나 피자식물은 다 같은 말이다. 씨앗이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식물을 말한다.

또한 열매가 맺혔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는 뜻이다.

속씨식물과 대립되는 게 겉씨식물(나자식물)이다. 씨앗이 열매 없이 그대로 드러난 식물을 말한다. 그러니까 꽃이 피지 않고 씨앗만 맺힌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은행나무다.


굴피나무는 속씨식물문이고 쌍떡잎식물강이다.

쌍떡잎식물은 꽃잎이나 꽃받침이 2나 5의 배수로 열린다. 뿌리는 곧은 뿌리고 잎은 그물맥이다. 줄기 성장이 규칙적이어서 부름켜가 있다.

가래나무목에 가래나무과다.


오늘 그린 굴피나무는 겨울의 굴피나무다.

굴피나무는 유난히 다른 나무의 겨울눈보다 탐스럽고 크다. 연둣빛과 노란빛이 하얀 솜털에 뒤덮여있다. 언뜻언뜻 붉은 빛이 보인다.

크기는 1센티미터 정도다.

겨울에도 씨앗을 담았던 포편은 떨어뜨리지 않는데 길이는 대략 3~5센티미터 정도다. 갈색에 삐죽삐죽한 바늘모양이다.


가지에서 잎이 떨어진 후 그 자리에 생긴 자국을 엽흔(즉, 나뭇잎의 흔적)이라고 한다. 엽흔의 표면에는 가지에서 잎으로 연결되었던 관속조직의 잘라진 흔적이 보이는데 이걸 관속흔이라고 한다.




굴피나무 잎과 꽃을 그리지 않은게 못내 아쉽다.

곧 따뜻한 바람이 불고 겨울눈에서는 뽕긋 나뭇잎이 터져나올 거다.

그때 다시 굴피나무 잎과 꽃을 찾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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