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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pr 21. 2023

스스로 만들어 먹는 즐거움

재료 듬뿍 월남쌈

아들아~

너희 어릴 때 요리를 먹으면 맛있는 주재료(일명 왕건이)만 쏙쏙 골라 먹었던 것 기억나지? 남은 부재료는 아까워서 엄마가 었었지.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엄마도 주재료를 같이 곁들여서 먹는게 맛있단다.

여러 재료 중 좋아하는 것만 빼먹는 건 음식 만든 사람의 노력과 사랑을 무시하는 행동일 수도 있어. 마더 구스에 나오는 리틀 잭 호너가 엄지 손가락을 파이에 넣어서 자두만 꺼내먹어서 파이를 망치는 것과 같다고 할까? 체리 피커라는 말도 케이크 위에서 체리만 골라먹어서 남은 케잌을 맛없게 만드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지.(비유적으로 힘든일은 빠지고 이익만 취하는 얌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그러니 어른이 된 다음에는 피해야 할 행동이란다. 물론 알레르기가 있거나,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한다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너희는 스스로 만들어서 먹어야 하는 과정이 있는 요리도 귀찮아했어. 김에 여러 재료를 싸 먹는 캘리포니아 데마끼도 번거롭다고 싫어해서 결국  엄마가 전통적인 김밥을 만들어서 내놓았고,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각종 재료를 싸 먹는 월남쌈도 번거롭다고 좋아하지 않았단다. 그러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조금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과정을 누군가는 혼자 다  해야 한다는 거고,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가지고 앉는 것일 뿐이야.

재료는 다른 사람이 준비하더라도 마지막 단계를 자기가 만들면, 과정이 의외로 재미있기도하고, 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감사할 수도 있고, 차려놓은 음식을 후딱 먹지 못하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야기하며 여유 있게 먹을 수도 있단다.(만복 중추가 식사 도중에 작동을 하니 지나치게 많이 먹을 수도 없어서 살도 빠지고.)


그런 면에서 월남쌈은 자신이  만들어 먹는 요리이면서 주재료와 부재가 어우러져서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좋은 음식이란다.

손님을 초대했을 때 상차림이 화려해서 눈도 즐거운 요리이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배려할 수 있지.

잊을수 없는 추억은 입덧이 심했던 너희 사촌 누나에게, 과거 너희 가졌을 때 엄마가 심한 입덧에 시달렸던 생각을 하며 월남쌈을 만들어 보냈던 일이야. 아무것도 못 먹던 누나가 이 음식은 입에 맞아서 잘 먹었고, 나중에 예쁜 쌍둥이 자매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음식 만든 보람을 느꼈었어.


채를 예쁘게 써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요즘은 좋은 채칼도 많이 나와 있으니 이용해도 좋을 거다. 재료도 개성대로 다양하게 고를 수 있고, 식구들끼리만 먹을 때는 냉장고 털어서 있는 것으로만 만들어도 좋단다.

   


  

-당근, 오이 또는 셀러리, 색색의 파프리카, 양배추, 사과를 채 썰어라.

(어린잎 채소는 채 썰지 않아도 돼서 편하단다. 쌉싸름한 맛을 좋아한다면 넣어봐.)

-껍질이 있는 대하를 끓는 물에 넣어 색이 분홍색으로 변할 때까지 데쳐서 식힌 다음, 껍질을 까 놓아라.(귀찮으면 냉동 새우 찬물에 해동해서 데치거나 볶으면 돼)

-구용 고기를 소금 후추로 밑간 해서 구워.

-소스는 월남쌈용 소스를 많이 판매하니 골라서 쓰는데 피시소스 맛이 나는 것도 있고, 땅콩 소스도 있고, 칠리소스 베이스도 있으니 골라서 써. 엄마는 집에 있던 칠리소스와 스리라차 소스를 섞어서 먹었다.

-큰 접시에 재료를 배열해서 중앙에 놓고 개인별로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보울과 쌈을 쌀 수 있는 접시를 하나씩 세팅해라.

-라이스페이퍼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내서 넓은 접시에 펼쳐 놓고 재료들을 올려놓아라.

-쌈을 싸서 맛있게 먹어~

     

*다양한 어린잎 채소와, 색이 고운 적채를 넣어도 좋고, 파인애플이나 아보카도를 넣어도 맛있단다.

*닭 가슴살이나 훈제 오리구이나 불고기를 곁들여도 좋아. 그러나 가능하면 맛살이나 햄 같은 가공 식품은 안 썼으면 좋겠다.

*남은 재료는 샐러드를 해 먹거나 비빔밥을 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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