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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ug 08. 2022

평등한 닭다리 볶음탕

엄마는 누구에게 닭다리를 줄까?

    

아들아~

인간이 지구 역사에서 차지한 시간은 아주 적지만 미래의 지적인 존재가 우리가 살던 지층(인류세)을 조사했을 때  닭뼈가 하도 많아서 어쩌면 닭이 살던 시대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학자도 있을 정도로 정말 닭고기를 많이 먹기는 하는 것 같다.

지금은 배달 요리의 대명사인 프라이드치킨이나 양념치킨을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의 전통 닭요리는 보통 삶는 요리였던 것 같아. 삶을 때 효능에 따라 인삼을 넣느냐, 옻나무를 넣느냐, 심지어는 지네를 넣느냐가 달라졌고, 적은 고기로 많은 사람의 배를 불리려다 보니 국물을 넉넉히 넣고 곡물을 넣어 죽도 같이 먹는 형태였어.

근래에 형편이 나아졌을 때 드디어 닭만 먹는 형태의 전기구이 통닭이 나왔고 더 뒤에 미국으로부터 프라이드치킨이 들어왔지만, 머리 좋은 한국 사람들은 양념 통닭 등의 더 맛있는 메뉴를 계속 만들었지.

    

엄마는 개인적으로 오빠들이 많은 집안의 막내딸이어서 먹을 것으로 차별받았던 기억은 없어. 그런데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나 과거에 나온 글들을 보면 옛날에 많은 엄마들이 닭 한 마리 요리해서 아버지와 오빠에게 닭다리 한 개씩을 주고 나머지 퍽퍽한 살 조금씩을 딸들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단다.(물론 엄마들은 퍽퍽한 살도 못 드셨겠지.) 식구들 간에 먹을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면 섭섭한 기억이 오래가잖아.

그런데 비슷한 주제로 미국 여성이 쓴 글을 읽어보니 재미있게도 미국은 최고 선호 부위가 가슴살이래. 그런데 그 여성의 어머니도 자기한테 매번 맛없는 다리살만 주고 오빠한테만 가슴살을 주었다고 섭섭해하더라.

결국 다리살이냐 가슴살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로서 공평하지 못했던 태도가 자식에게 오랜 세월 상처를 주었던 거지.

그래서 엄마는 누구에게나 다리살을 주기 위해 다리 부위만 사서 닭볶음탕을 하겠다. 하하하.

(고백하자면 엄마가 닭다리를 좋아한단다.)



-간장 2큰술, 참치액 3큰술, 고춧가루 5큰술, 맛술 2큰술, 마늘 3큰술, 매실액 3큰술, 참기름 5큰술을 넣고 잘 섞어라.(매실액이 없으면 올리고 당이나 물엿을 넣고 그것도 없으면 설탕을 넣어.)

-당근 반개, 감자 두 개, 새송이 버섯 1대, 양파 한 개를 한입 크기로 자른다.

-닭다리 12개를 준비해서 칼집을 낸 다음 끓는 물에 넣고, 이때 먹다 남은 술도 같이 조금 넣고 데쳐.(1인당 세 개 정도로 개수를 잡았는데, 많이 먹을 거면 추가해라. 데친 뒤에 칼집을 넣으면 더 쉬울 수도 있으니 편한 대로 해라.)

-끓으면 물을 거의 따라 버리고 조금만 남긴 후, 닭다리에 약간의 식용유와 만들어 놓은 양념을 넣고 양념이 밸 때까지 중불로 잘 볶아라.

-여기에 준비해 놓은 채소를 넣고 물을 재료의 3/4 정도까지 붓는다.

-강불로 해서 끓으면 중약불로 줄이고 20분쯤 감자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요리해라.

-간을 보고 부족하면 고추장을 1큰술 더 넣고, 단맛도 부족하다면 물엿을 약간 넣어.

-모두가 눈치보지 않고 닭다리를 맛있게 나누어 먹자.

*닭다리는 살이 많아서 칼집을 내지 않으면 양념이 속까지 배지 않아 밍밍한 맛이 되니까 귀찮아도 양면에 두 번씩 칼집을 내라.

*번거롭다면 닭다리를 데치지 않아도 되지만 익히는 시간을 늘려야 하고 기름기가 많은 요리가 될 거다.(엄마는 핏물과 과도한 지방을 제거하려고 데치지만, 그냥 요리한 게 더 맛있다는 사람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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