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 필라테스 3개월 차 N번째 시도생
벌써 3개월째 요가 & 필라테스를 꾸준히 나가고 있다.
대다수 직장인은 일주일에 2번 한다는 원장 선생님의 추천을 한 귀로 흘려듣고 ‘2번이 운동이나 될까’ 하고 호기롭게 3번을 끊었는데 현재 죽을 맛이다.
내가 다시 운동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물론 매년 더 빠른 속도로 살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도 있지만, 입사 후 큰 회사 행사를 치른 후 바로 병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언급한 적이 있음) 정년은 못 채우더라도 최소 20년 이상은 회사 생활해야 할 텐데, 이 몸뚱이 상태로는 10년도 채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현재 회사는 나름 정시 퇴근이 가능하고, 출퇴근 거리도 가까워서 이 악물고 3개월째 다니고 있다.
운동을 해 몸이 예뻐지는 등의 효과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운동의 장점 중 하나다. 다만, 구체적으로 나의 생활 습관까지 바뀔 것은 예상한 부분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공유하려 한다.
내 체형은 전형 하체비만형이다. 밀가루를 좋아해서 주로 배보다는 엉덩이와 다리에 살이 축적된다. 때문에 운동을 하면 가장 눈에 띄는 곳도 단연 엉덩이이고, 다양한 운동 중에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운동 또한 엉덩이 운동이다. 매일 중력의 힘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려는 엉덩이 근육과 싸워야 하는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 싫어질 지경이다.
그래도 점점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있는 엉덩이야말로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활력소이다.
나는 지독한 수족냉증 환자다. 어릴 때부터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병원을 다녔지만, 그냥 체질이 그렇다는 말과 함께 수족냉증과 몇 십 년째 동거 중이다. 특히, 겨울에는 손과 발에 난 땀이 추위와 만나, 신발, 장갑을 껴도 1도 동상이 걸릴 정도다.
그런 내게 플라잉 요가는 수업이 끝나면 발끝이 저릿할 정도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치트키이다. 플라잉 요가 특성상 해먹을 속옷 라인(서혜부) 혹은 오금(무릎 뒤)에 감고 자신의 몸무게로 지탱해 자극을 주는 동작들이 많다. 해당 동작들을 하고 나면, 피가 안 통했던 하얀 손과 발에 갑자기 피가 순환되어 고구마 마냥 벌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 당연히 아픔도 배가 된다..ㅋ..)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해당 부위들에 있는 림프절은 혈액순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픈 만큼 평소에 림프절이 막혀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몸이 예뻐지고 건강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당연한 운동의 효과이지만, 이를 체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런 경험들이 운동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 한 달은 60분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 날도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어지럼증 때문이었다. 플라잉 요가는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이 많아서, 필라테스는 동작 사이사이에 자꾸 숨을 쉬는 참는 버릇 때문에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요가 선생님이 자꾸 숨을 쉬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 결국 수업 45분쯤이 되면, 자체적으로 해먹에서 내려오거나, 매트에서 일어나 깊게 숨 쉬는 경우가 많았다.
요가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어깨 피기와 목 집어넣기, 배 집어넣기도 운동을 시작하면서 인식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세 개를 동시에 잘 하려다가도, 하나씩은 원래 익숙한 자세로 돌아가기 마련이기에, 수업 내내 선생님께 혼난 적도 많다.
(어깨 펴세요~, 목은 쇄골에 가까이~ 허리 꺾지 마시고, 배 집어넣으셔야죠~의 무한 반복..)
그만큼 내 몸에 독소와 긴장이 많이 존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건강을 목적으로 시작한 운동이었기에, 닭 가슴살을 먹는 등의 식단 조절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닭 가슴살을 정말 싫어한다. 치킨도 해당 부위는 안 먹을 정도로..) 그래서 퇴근 후 평상시대로 요리해서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고 운동을 갔는데, 그날 진심으로 토할 뻔했다.
언젠가 요기들(요가하는 사람들)은 식단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봤는데, 진짜 공감했다. 거꾸로 매달리고 내 코어를 중심으로 팔다리를 휘젓다 보면, 먹었던 내용물이 위로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헛구역질이 반복되자, 한 번은 저녁을 안 먹고 운동을 갔는데, 하.. 그때는 또 안 먹는 대로 몸이 후달렸다.
결국 운동을 하는 날에는 찐 다이어트를 했을 때도 안 먹던 닭 가슴살 샐러드를 저녁으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무언갈 먹고는 운동을 가야 했고, 동시에 부담스럽지 않아야 했다. 포만감이 들면서도, 편한 상태로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쉽게 소화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지금 주 3일 샐러드를 저녁으로 먹고 있다.
지금도 욕이 나올 정도로 운동이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많다. 깊은 숨을 내쉬며 용쓰는 소리를 내면, 선생님께서는 전생에 요가 선생들은 고문관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좋아하신다.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한다고 아침에 일어날 때 드라마틱 하게 활력을 느끼지도 않는다.
다만 수업 3분마다 쳐다보던 시계를 이제는 10분마다 쳐다보고, 또 어느 하루는 한 번만 쳐다보게 되면서, 내 체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몸매가 많이 예뻐졌다는 주위 사람들의 칭찬도 기분이 좋지만, 매일 아침 눈바디로 달라지는 맨몸에 대한 자신감이 더 좋다.
운동의 효과는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시작이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평생 지겹도록 운동한 모델 한혜진의 말처럼 몸처럼 정직한 것은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훌륭한 사람은 못 돼도, 내 삶에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기에 오늘도 나는 중력과 싸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