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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지어 묻고, 우연히 읽어 답하는

행복한 상상

by 글짓는 날때

그녀와 저는 오설록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습니다. 계절 내내 제주도에 갈 때마다 항상 들려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함께했고요. 달콤하고 청량하여 행복한 계절이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계절은 변화합니다. 마음이 가지 않았다 하여 계절이 기다려 주진 않더라고요. 설령 그렇다 하여 그녀와 저의 마음이 그 계절을 아쉬워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그 계절동안은 여전히 달콤하고 청량하여 행복했으니까요.


마음이 채 떠나지 않아 가는 계절이 아쉽지 않았듯, 헤어져 가는 그 사람이 밉지 않았고 나는 아프지 않았습니다. 딱 이 정도만큼이나 행복한 계절을 함께 하였음에 그저 감사했어요.


그 사람의 결혼식, 그 예쁜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고 축복했습니다. 축하를 보내는 나에게 한껏 미소 짓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계절이 다할 때까지 행복하길 장궤 하여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기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만에 하나라도 제가 짓는 글이 읽을 수 있게 라도 지어진다면, 훗날 어느 계절 어느 한때 라도 그 사람의 눈에 띄어 읽혔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 보았습니다.


설령 그 사람이 읽었다 하여 확인할 길 없다 해도 나에겐 그저 많은 위안과 행복한 안부가 될 것 같아, 생기지도 않을 일을 마치 일어난 일 마냥 행복하고 기뻐, 크게 소망하는 문장을 지어 봅니다.




우연한 계기로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글 읽기를 좋아하고 그 계절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축하해 준 덕분에 그 사람과 여전히 사랑하며 살고 있고 행복합니다. 지금 나의 계절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청량합니다. 우연히 읽은 당신의 글이 안부가 되었고 당신의 글을 읽는 것으로 나의 안부를 대신합니다. 당신 역시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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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창피하지만 아마 읽으신 분도 계실 듯합니다.

제가 처음 지은 글 속 어설프게 지은 많은 문장 중 가장 행복한 문장을 가져다 고쳐지어 봤습니다.


공백도 쓰다가 쉬어간 마음이라 모두 합쳐 고작 180여 자인 저 문장을 짓고는 혼자 행복하여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답니다. 상상만으로 소망만으로도 이렇게 큰 위로와 안부가 되는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고요.


어쩌면 글을 지어 나누는 분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겠다 생각했죠. 저마다의 마음을 담아 그렇게들 안부의 편지를 지어 보내고 또 지어 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어느 분은 고양이에게, 어느 분은 부모님에게, 어느 분은 자녀에게, 혹은 모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품이 넓은 분도 계시고 차마 보기 안타까워 도움의 편지를 부치시는 분도 계시겠죠.


받으시는 분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간혹 오배송도 있고 지연 발송도 있겠지만 결국 받으셔야 할 분들에게 무사히 도착하는 것도 신기하고요. [음... 이건 좀 놀라운데요. 보내신 분도, 내 것이라 찾아 읽으신 분도. 아.!편지가게 글월이 잠깐 생각나서 신기해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해되었습니다.]


처음 짓기로 마음먹은 글을 15편으로 정했는데 종반에 가까워 오니 조금 고단했습니다. 휴우, 쉽지 않네요.

그래서 글을 짓는 동안 들인 저의 마음 중 가장 행복한 문장을 고쳐지어 달콤하고 청량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늘의 날씨 같네요.


이제 잠시 손을 떼고 많은 분들이 마음을 담아 보내신 읽지 못한 편지들을 펼쳐 읽어봐야겠습니다.

덮어두어 보지 못한 일기를 읽는 게 조금 쑥스러웠다면 늦게 도착한 편지를 읽는 건 조금 설레는 기분입니다.

음, 그러고 보니 일기야 얼굴 붉히면 그만이지만 편지는 답장이 필요한데 이건 이거대로 난감하네요.




epil.1

담아둔 마음 꺼내어 적는 일도 품이 든다면 품이 드는 일일까요.

달콤한 글을 지어 당을 좀 충전했습니다.

당 충전 했으니 읽지 못한 편지들을 읽고 마음을 충전해야겠네요.

청량하고 맑은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


epil.2

스티븐 킹이 읽으면 전 바로 지옥행일 것 같네요.

아마추어라 지옥행 열차는 좀 뒤에 태울라나요.

우리 좋으면 된 거죠 뭐.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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