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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간병 이야기

장인어른 간병 이야기

by 둥이


새벽녘이었다. 누군가 두툼한 이불로 나를 덮어주고 있었다. 이틀밤을 장인어른 옆에서 쪽잠을 자며 간병을 하고 있었다. 분명 장인어른을 부축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게 방금 전이었다. 핸드폰을 켜보니 새벽 5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화장실을 다녀온 지 벌써 세 시간이 지난 새벽녘이 되었다. 장인어른은 침대머리에 앉아서 내가 누워 있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나 사위가 깰까 봐 삐걱대는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나신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그 소리를 못 들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 저 깨우시죠 혼자 다녀오셨에요"

"자네 깰까 봐 조용히 다녀왔어"

"이불 덮고 어서 더 자게"


다리 위에는 노란색 이불이 덮여 있었다. 링거 수액이 주렁주렁 연결되어 있어서 몸 가누기가 쉽지가 않았을 텐데도 장인어른은 한 손으로 이불을 잡아당겨 나를 덮어주셨다.

이틀밤을 쪽잠을 자서 그런지 그새 잠이 쏟아졌다.


새벽녘이면 통증이 심해져 진통제를 찾았다. 용량이 두 배 높은 진통제로 바뀌고 나서야 안정이 찾아왔다. 그 많던 머리숱도 휑하니 빠져갔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뭉쳐져 있다. 머리를 감겨 드리고 싶었다. 깔끔하신 분이어서, 거울을 볼 때마다 힘들어하실 거 같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입원실의 아침은 음식 냄새에서 시작이 된다. 복도 끝에서 아침밥을 실은 구르마 바퀴소리가 들려온다.

입원실은 이런 바퀴소리가 많이 들린다.


하얀 옷을 입은 영양사가 이름을 확인하고 식판을 내어준다. 같은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들도 하나둘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1407호실 병실 안에 밥냄새가 피어난다.


항암환자들은 밥맛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울렁거리기까지 해서 밥을 먹지 못한다. 먹지 못하다 보니 살이 빠지고 면역력이 없어진다.

항암 받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 먹을 수가 있다.


환자들 침대 옆에는 보호자가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가 있다. 바로 옆이어서 장인어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난 이틀 동안 장인어른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잤다.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숨소리가 안 들릴 때면, 깊은 잠이 들은 것인데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장인어른을 쳐다본다. 가슴 위로 덮혀진 하늘색 이불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움직이고 있다. 하늘색 이불마저 움직임이 작아지면 조용히 어깨를 흔들어 본다. 그리고 귀를 코에 가까이 대어 본다. 호흡 소리가 들려온다.


식사시간이면 장인어른 옆에 앉아 그날 반찬으로 나온 생선을 발라준다.

장인어른은 힘들게 수저를 들어 하얀 죽을 뜬다. 식사할 때 나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음식이 배로 넘어가는 소리가 그렇게 아름답게 들려왔다.

그 소리가 살아있다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먹는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알게 해 준다.


"와작와작 시금치 씹는 소리"

"후르룩 국 넘기는 소리"

"물컹물컹 죽 삼키는 소리"


그만 수저를 놓을까 걱정을 하며 지켜본다. 나는 한수저만 더 드시라고 때를 쓴다. 이마저도 사위가 지켜보고 있어서 먹었다며 어느새 눈썹이 우산 모양으로 빙그레 웃으신다.


장인어른이 죽 한 공기를 거의 비운날이면, 내 배가 한껏 더 불러온다. 그만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참 감사할 일이다.


얼굴에 꺼멓게 피어있는 검버섯이 더 진해졌다. 하루하루 너무 빨리 사라져 가는 아버님의 시간들을 붙잡고 싶다. 부디 아버님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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