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접어든 요즘,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연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공황장애와 더불어 좁아진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이들이 내 곁을 떠났다.
X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정말 가까운 몇 사람만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길 위의 연인들은 나를 자꾸 과거로 데려간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랑에 취해 하루하루가 빛나던 그때.
X가 보내는 카톡 하나에도 웃음이 번지던 시절로.
지금 나는 퇴사를 앞두고 도쿄에 와 있다.
이곳에도 연인들이 많다. 그들의 눈빛엔 근심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밝고 맑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예전의 내가 겹쳐진다.
돌아보면 X들과의 연애는 내게 선물과도 같았다.
지금은 잃었지만, 한때는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품고 다녔던 선물.
그 선물은 내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유일한 사람’이었던 순간을 남겨주었다.
포장을 열 때의 설렘처럼, 매일이 새로웠던 감각을.
그때의 나는 매일이 기다려졌고, 하루가 하나의 선물 상자 같았다.
물론 당분간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나 자신을 돌보고 치유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욕심은 내려놓고,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길 위의 연인들이 주고받는 눈빛이 더욱 잊히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그 선물이 내 손에 없지만, 그 무게는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언젠가 내가 다시 안정된다면, 다시 한번 사랑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내 마지막 사랑이기를,
더 단단해진 내가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