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피하는 삶

by 따뜻한 말 한마디

휴직 중 어느 정도 회복 기미가 보일 무렵,
나는 도쿄에 다녀왔다.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아끼고 또 아껴 떠난 여행이었다.


도쿄는 여전히,
기억 속 그대로였다.

혼자 여행하며 많은 추억을 남겼던 장소들을 다시 찾아갔다.
오랜만에 걷는 골목, 스쳐 가는 바람,
그 모든 것이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행복했던 시절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하루도 가지 않았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오후,
그날은 작년 고과 발표일이었다.
나는 C등급을 받았다.

물론, 3개월간의 휴직이 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은 무너졌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버텨왔는지를,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그 사실이
모든 걸 무너뜨렸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
그저 안부를 묻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 순간부터
사람이 싫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도쿄라는 도시가 아닌,
내 방 안, 내 감정 속에만 머물렀다.


밖에 나가는 것이 싫어졌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광장공포증이었다.


나는 숙소에만 머물렀고,
남은 여행은 거의 도피에 가까운 은둔이었다.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누구도 나의 편이 아니라는,
그 쓸쓸하고도 차가운 확신이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


나는 이 시점을
휴직의 분기점이라 부른다.

그전까지의 시간은
약물 조정과 몸의 반응에 시달리던 시기였다면,
이후의 시간은
내 마음을 다잡는 싸움이었다.


외부를 탓하던 마음에서,
이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이전 08화인생 첫 번째 불행의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