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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Jul 12. 2024

그러다가 체해요

지식도 천천히 먹어야 소화가 잘 되지!

내가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네는 요즘 6살보다 한가하다”

정말이다. 중1인 우리 큰애 보다도 내가 가르치는 6세 아이가 훨씬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한창 놀 나이에 놀지 못하고 학습을 해야만 하는 그 6세 아이들도 힘들지만,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해야 하는 나도 참으로 힘들다. 이런 아이들과는 그냥 신나게 놀아주고 온다. 나도 교육 서비스업이다 보니, 최대한 책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놀아주고 싶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푹 빠져 놀기 일쑤다. 뭐, 그런 나이 아닌가...... 그러다 독서가 다시 영어교육에 밀리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차라리 그렇게 해서 그만두어 주실 때가 고마울 때도 있다. 

 

독서논술을 가르치고 있는 나에게 오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보다도 더 영어교육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과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문해력이 낮아지고 있고, 이를 불안해하는 어머니들은 한국어 독서논술도 함께 병행시킨다.

예체능도 어릴 때 가르친다면 한두 개 넣고, 영어학원 시험을 보기 위한 영어 과외에, 한국어도 뒤처지면 안 되니까 독서논술, 수학도 중요하다고 하니 수학에, 학습지까지…….

이 아이들이 아이답게 즐거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그 시절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내가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수업’이 아니라 ‘치료’로 느껴질 정도이니까 말이다.


“00 이는 유치원에서 오늘 뭐 하고 놀았어?”

“저는 유치원에서 안 놀아요.”

“응? 유치원에서 안 놀면 뭐 해?”

“공부해요.”

나에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두꺼운 책을 내민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웠던 문제집이다. 그걸 6세가 배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에 나의 에너지를 쏟아붓고 온다. 아이의 마음도 이해해야 하고, 아이의 놀이 욕구도 충족해 주어야 하고, 엄마의 아이에 대한 학습니즈도 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해서 아이의 특성에 따른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무기와 전술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아이들이 나를 집에도 못 가게 할 정도로 좋아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냥 듣고, 공감해주고 싶고, 실컷 놀아주고픈 마음이다. 


선배맘으로서 아이들 교육에 불안하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위로의 한마디를 하고 싶다.

유아기에 쏟아붓는 모든 것이 전부 흡수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따라서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르다. 성향도, 발달시기도 모두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똑같이 받는 만큼 흡수할 수가 있을까?

조금 더 일찍 파닉스를 뗀들 수능 영어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시험에 맞는 수준의 영어를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예체능을 어릴 때 끝낸다는 생각처럼 이상한 생각이 없다. 고학년이 되어서 배우는 예체능으로 아이는 더 큰 기교를 부릴 수 있게 된다.

독서논술을 왜 초등 저학년에 끝내려고 하는가? 고학년이 되어 깊이 있는 책 읽기로 더 생각이 확장될 수 있는데 말이다. 결국 배움은 끝없이 이어져야 하는데, 유아기에 모든 것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야 하는지 없다. 아이의 성장속도에 따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어머님들 개개인의 교육관, 어머님들의 목표를 폄훼한다는 오해는 받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먼저 아이를 키워 본 선배 엄마의 경험으로,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다. 

뭐, 우리 아이들이 명문대라도 간 이후라야 나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겠지만, 만약 우리 아이들이 명문대를 간들 그것이 나의 힘일까? 혹시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아이의 성공에 숟가락을 얹고 싶지는 않다. 


아이 교육의 출발은 아이가 잘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명문대 진출도 그 잘 살아가는 힘의 일환은 될 수 있다.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힘!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과 성장속도에 맞춰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므로 무조건적인 사교육 러시는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소모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사교육에 몸담고 있지만, 일부 영리만을 목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교육 마케터들이 참 나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고, 교재를 팔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언제까지 무엇을 끝내야 할 것처럼 불안감은 조성하지 말아야지! 


나는 오늘도 어머님들을 위로하고 왔다. 불안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스러운 부분들은 그냥 그때 아이들에게 다 당연한 것들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한글을 조금 더듬더듬 읽으면 어떤가?

영어단어를 조금 모르면 어떤가?

연산이 조금 느리면 어떤가?


"어머님, **이는 성실해서 고학년 때 빛을 발할 거예요."

"어머님, 00이 집중력이 너무 좋아요."

"어머님, ++이는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요."

"어머님, &&이는 동물 박사예요!"


진심이다! 진심으로 아이들은 모두 보물을 안고 있다.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많은 교육에 휘둘려 아이들의 보물이 다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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