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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리카 Jun 09. 2024

아이의 사춘기를 맞이하는 엄마의 자세 2

초강수 따위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린 우리 아이와 매번 씨름하는 경우는 공부할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이다. 스스로 일어나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써 보았지만, 결국 아침마다 조바심내고 닦달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지난장에서 다루었듯이 우리 아이들은 비인가 국제학교에 다닌다. 일반 공립학교가 아니다 보니 학교가 멀고, 아침마다 이 아이들을 “모시고” 시간 맞춰 학교에 가는 것이 일이다.

출근길 정체를 뚫고 매번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나의 마음도 생각해 주었으면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은 안중에 없나 보다.


언제까지 아침에 소리 질러 깨우고, 아침도 못 먹인 채 등 떠밀어 보내야 하는가.

회의감에 빠진 나는 이 아이의 버릇을 고쳐보리라, 나름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너 이 녀석, 내일부터 정확히 8시 5분에 내려가지 않으면 혼자 버스 타고 학교가!”

그렇게 초강수를 두지 않으면 이 아이는 영영 스스로 시간 맞춰 무언가를 하는 것을 못하게 될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7시, 아이의 휴대전화의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래도 스스로 일어날 생각은 있었나 보네.’

라는 생각에 조금 아이가 기특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전, 아이는 냉큼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다.

‘이 녀석! 언제까지 다시 자려나…….’


목까지 올라오는 “일어나”라는 단어를 잠재우고 부지런히 아침 준비를 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이 30분, 40분이 되어도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45분이 되자 둘째 아이가 일어나 옷을 입고 부산을 떨었고, 50분이 되자 출근을 하는 아빠가 보다 못해 큰아이를 깨웠다.

부스스 일어난 큰 아이는 평소대로 천천히 옷을 입는다. 티 하나 입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보다 못해 결국 한마디 해버린다.

“윤호야, 너 오늘 엄마가 분명히 이야기했어. 8시 5분이면 차는 갈 거야. 그 이후부터 너는 혼자 버스 타고 학교 가야 해! “

나의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아이다.

째깍째깍……

초조한 것은 나의 마음일 뿐, 아이는 느긋하다. 안 되겠다. 오늘은 초강수를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도 엄포를 놓은 것이 있으니!!!!!!


8시 4분 57초, 58초, 59초, 5분!!!!!!

아이는 양말을 채 다 신지 못했다.

“오늘 엄마가 분명히 이야기했어!!! 엄마는 갈 거야! 다혜 어서 내려와. 오늘은 다혜랑만 간다!”

억울한 표정의 큰 아이는 내 뒤로 무언가를 궁시렁 거린다.

대충 들어보니 “지금 8시 6분인데 왜 다혜는 차를 타고 가고 나만 두고가! “라는 항의였다.

그 말을 궁시렁 대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도 양말을 신고 있는 큰 아이다!

이제 더는 볼 것이 없었다. 단호하고 매섭게! 나는 결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날 작은아이만은 태워 학교로 갔다.

‘그래, 잘했어. 오늘 소리 지르지 않고 초강수를 둔 것은 잘한 거야! 이 녀석 버스 타고 학교 가면서 뭔가를 깨닫겠지! 어휴!! 스스로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나는 좋은 엄마인 거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작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차를 세워두고 집으로 올라가며, 버스를 타고 학교에 홀로 가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내가 너무 독하게 굴었나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학교에 혼자 가면서 뭔가 깨닫는 것이 있겠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거 잔뜻 해 먹여야지.‘

‘삑삑 삑삑 삑~ 띠리리~’

문을 열고 들어가 쌓여있는 설거지를 후다닥 식기세척기에 넣어두고, 빨랫감을 모으러 화장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드르렁~ 드르렁~”

아니 그런데, 방바닥에 교복을 입은 채로 대자로 뻗어있는 아들이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충격과 허탈함이 몰려왔다.

지금 시각은 10시! 지각에 대한 경각심을 아이가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나? 이게 뭐지?

아이를 당장 깨워 학교에 보내야 했지만, 이 순간 아이를 깨우면 나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것 같았다.

나에게도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다. 그저 태평하게 잠든 아이가 언제까지 잘 것인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12시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춘기 아이에게 초강수를 두겠다고 한 내가 잘못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니 어르고 달래서 점심이라도 먹여 학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일어나, 점심시간이다!”

쿨쿨 자던 아이는 힘겹게 눈을 뜨더니 몸을 일으켰다.

“아, 엄마, 지금 몇 시야?”

푹 자고 일어난 아이의 말투에서 아침에 내 등 뒤로 쏟아내던 짜증 섞인 말투가 사라져 있었다. 나 역시 허탈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으이그, 알아서 학교 가라고 하니까 아예 푹 잤냐?”

“아, 어, 버스 타고 학교에 어떻게 가는 건데?”

천연덕스럽게 버스 타는 법을 몰라서 학교에 못 갔다니! 그전에 몇 번이나 타 본 적도 있으면서…….

“일단 점심부터 먹어! 먹고 학교 끝나기 전에는 가야지!”

아이는 대답 없이 밥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 거 보면 우리 아이는 참 순하기는 하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부드럽고 순한 첫째 아이……

이런 아이에게 내가 강대강으로 대치한들 나만 분통 터지고, 화내고, 미안해지고, 이랬다 저랬다 놀아나는 것이다.


결국 점심을 먹은 아이는 버스카드를 들고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학교 측의 말에 따르면, 아이는 집에서 출발하고 정확히 2시간 뒤에 도착했다고 한다. 사정을 물으니 아이는 씨익 웃기만 했다고 한다. 실제 대중교통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마지막에 정류장을 놓쳤다나 뭐라나. 학교가 끝나기 1시간 전에 도착한 아이는 결석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일을 겪은 후, 사춘기 아이에게 초강수는 엄마에게만 폐배의 상처로 남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슨 초강수냐, 그저 어르고 달래서 학교도 보내고, 밥도 먹이고, 공부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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