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이곳에서는 칠게들이 주소를 잊어버려요
밀물에 문패가 통째로 날아가는 순간
소라는 소라껍데기를 모르고
갯벌에는 처음부터 주소가 없어야 했습니다
브로콜리 수프처럼 보슬보슬한 숨구멍을 열어놓은
칠게들의 숨소리
변절자가 우글거리는 갯벌 구멍에다 문패를 붙이고
번지수도 모른 채 어딘가로 쓸려가는 썰물
갯가 언저리에 영문을 모르는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꽃으로 부풀어 올라요
갯벌은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여요
퉁퉁 불어 터진 생각이 녹아들어
짠물 속으로 미끄러지는 순간
갯벌 속에 버무려 놓은 구수한 삶의 진수가
문패를 버리고 이름표를 버리며
하루에 두 번 바닷가에 걸린
미지의 세계로 검푸른 이주를 허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