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바람에 맞선 담장에 기대어
들장미가 자라는 그 섬에는
개들이 서로의 쓸쓸함을 부둥켜안고 산다
선착장이나 순환도로에 유폐된 풍경은
자유를 포장한 위장일까
몸부림하는 구름송이에
갸우뚱하며 시선이 표류한다
소금기에 시든 사랑에
팔다리가 부러지고
마음에 깊은 상처가 박혀도
대포처럼 날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가슴에는 여전히 만남의 희망이
환하게 켜져 있다
본래 사랑이 이토록 독하고 짠한데
혹여, 믿음마저 무너질까 두렵다
슬픈 짐승에게
누가 사랑을 증명하지 않아도
이별은 만남을 향한 또다른 시작임을
굳게, 더욱 굳세게 믿어보는 것이다
떠도는 개나, 기다려줄리 없는 사람이나
가슴의 두께는 다르지 않을진데
이별은 만남의 그림자일 뿐
별빛 아래 희망과 절망이
선착장 위로 나란히 엎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