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돌미역 한 아름 품에 안고
물속에서 숨죽이며 몸 낮추면
갯바위 위에서
어머니는 바람을 펄럭이며 서 계십니다
파도에게 생을 맡기고
날것을 건져 올리던 손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던 갯바람이
뼈의 가장자리까지 벗겨냅니다
부둣가에 내다 판 미역과 전복은
저녁상 고봉밥이 되고
손주 주머니 속 작은 별이 됩니다
둥근 파도 한 채 머리에 이고
해풍에 몸을 지지던 어머니
입맛 시들 때마다
전복미역국 한 솥 푹 끓이면
갯바람이 들쑤시던 몸에서
하얀 파도가
다시 물결로 솟아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