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누가 있어

조아야 안녕?

by 노랑다랑


정신과에 가보냐 마냐의 기로에 서서

거짓말처럼 따뜻한 봄날이었다. 바람은 부드럽고 하늘은 맑았지만, 나는 그날 아침부터 몸이 이상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화불량인 줄 알았다. 배가 묵직하고 더부룩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묵직함은 날카로운 통증으로 바뀌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나는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허리를 세우는 것도 힘들고, 앉아 있는 것도, 서 있는 것도 버거웠다. 어딘가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배 안쪽에서 계속됐다.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갑작스럽게 혈흔이 섞인 출혈이 시작되었다.


"임신… 은 아니겠지?"


나는 자동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생리를 기다리던 시기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그런 일이 생길만한 상황은 없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에 가까운 산부인과로 향했다. 기다리는 동안 손에 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혹시라도 내가 모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미처 인식하지 못한 몸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닐까?


진료를 받는 동안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초음파와 혈액검사, 내진.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임신은 아닙니다. 자궁 내막이 좀 불규칙하게 들썩이고 있고, 호르몬 수치도 이상은 없습니다. 단순한 스트레스성 출혈일 수 있어요. 몸을 좀 쉬게 해 주세요."


안도감이 몰려오는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함이 찾아왔다. 그럼 이 통증은 뭔데. 왜 나는 이토록 몸을 잃어가는 기분이 드는 건데. 그리고 이 텅 빈 기분은 또 뭘까.


그날 밤, 몸을 뉘이고 누운 채 한참을 눈을 감지 못했다. 뱃속에서 또다시 묘한 찌릿함이 느껴졌다. 숨을 깊이 들이쉬자 묘한 공기가 폐 안쪽으로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른 냄새 같기도 했다. 내 몸이, 마치 나 아닌 무언가를 품은 것 같은 기이한 느낌.


그리고 3일 뒤.

새벽공기가 찬 이른 시간이었다.


작은 소리가 들렸다. ‘응애’ 하고.


나는 현실감 없이 몸을 일으켰고, 이불 위에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던 아기가 놓여 있었다. 누워 있는 그 작은 존재는 분명히 사람 아기였다. 탯줄도 없고, 피도 없고, 너무도 깨끗했다. 방금 막 목욕한 듯 말끔한 얼굴. 아주 또렷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얼어붙은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건 꿈인가? 누군가가 장난을 친 건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방문도 잠겨 있었다. 이 집 안에는 나 혼자 있었고, 그 누구도 아기를 둘 이유가 없었다.


"너... 누구야?"


입 밖으로 나온 질문에 아기는 그저 눈만 깜빡였다. 웃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결국 입을 닫았다. 이 기이한 상황을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설명한다고 해도 믿을까? 나는 내가 낳지도 않은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서 온 것인지, 왜 나를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누구지? 어디서 온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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