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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Aug 02. 2024

감추고 싶은 비밀(3)


좁은 통로를 지나고 나니 얕은 조명이 비치며 계단이 보인다. 지하로 연결되는 계단이다. 아래로 내려오니 견디기 어려운 악취가 지독하게 퍼진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한쪽 구석에는 비닐에 싸인 물체가 쌓여 있다. 그곳으로 가까이 가보는데..


?!!!


사람의 손이 보인다. 비닐 안을 살펴보니 사람이 분명하다. 다른 비닐 안에도, 또 다른 비닐 안에도. 비닐에 둘둘 말아진 채로 쌓여 있는 이것은 시체였다.


그때 갑자기 안쪽에 있던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온다. 이나가 그 수를 빠르게 세어 보는데 한 놈이 아니다. 총 일곱. 그중에 몇은 피가 잔뜩 묻은 비닐 옷을 입고 거대한 식칼을 손에 들고 있다. 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뭐야? 저 여자 누가 들여보냈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처리해!"


식칼을 든 남자가 이나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뒤에선 재밌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다.


"걱정 말어. 살살 다뤄줄 테니. 응?" 입고리를 한쪽으로 올리며 말하는 그에게 이나가 답한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그 말에 뒤에 있던 놈들이 깔깔 웃어댄다. 한 사람만 빼고. 처리하라고 지시했던 인물만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겁을 먹기는커녕 여유를 부리다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저 여자 뭐지?


짧은 찰나에 놈이 손에 들고 있던 식칼은 이나의 발차기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흠칫. 당황한 녀석의 머리를 즉시 뒤돌려차기로 가격한다. 겨우 한 방에 쓰러져 버렸다.


... 잠시 정적이 흐른다. 모두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이나는 아차 싶었다. 이게 아닌데. 좀 더 시간을 끌려면 싸우다 겨우 이기는 척을 연기해줬어야 했는데 하고. 이 상황을 믿지 못하는 놈이 먼저 이나에게 달려든다. 날아오는 주먹을 거뜬히 피한 이나는, 손바닥으로 상대방에게 넥슬라이스를 날렸다. 그리고 상대가 중심을 잃은 순간. 니킥으로 끝내주기.


나머지 놈들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때부턴 이놈 저놈 마구잡이로 공격해 왔다.


처음부터 이상함을 감지했던 인물은 조용히 바닥에 떨어진 식칼을 집어 들더니, 때를 보다가 이나가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발차기를 하던 순간에 칼을 휘둘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나의 발차기가 무기라는 걸 파악했던 걸까. 뒤늦게 피해봤지만 이미 생각보다 깊게 베였는지 이나의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이나야!!!!"


지하로 들어선 도혁이 다친 이나를 보더니 놀라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다. 부글부글 열기가 끓어오른 채로 식칼을 들고 있던 놈을 들어 올리더니 냅다 던져버렸다. 이어서 주먹으로 얼굴을 수 차례 강타한다. 놈의 얼굴이 심하게 뭉개졌다. 뒤이어 따라 들어온 이한이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나가 다가와 소리친다. "삼촌 그만! 난 괜찮아! 얼른 아저씨를 찾아야 해. 안쪽이 놈들의 작업장인 것 같아."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도혁은 일어나 이나를 끌어안는다. 괜찮은지 물으며 얼른 자신의 옷을 찢어 빠르게 다친 부위를 감싸준다.


"내가 들어가 볼게. 근데 여기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숨을 못 쉬겠어." 이한이 팔로 코를 막으며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뒤따라 들어온 이나와 도혁은 경악했다. 처참한 광경에.


수술대로 보이는 침대가 4개 보이고, 그 위에 사람이 누워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체가. 아마 필요한 장기들만 빼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해 둔 것 같다. 바닥은 피로 흥건하다. 얼굴을 살펴보지만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곳을 찾아보기 위해 위로 올라갔다. 그사이 차가 여러 대 도착했다. CCTV를 통해 상황을 지켜본 자가 연락을 취해 사람을 보낸 것이다. 위로 올라온 세 사람은 1층에서 그들과 마주쳤다. 서른은 족히 넘는 숫자다.


"후. 많이도 왔네?" 이한이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리며 내뱉는다. "이나 넌 물러서 있어. 그 다리로는 무리야." 도혁이나에게 뒤로 가라는 시늉을 하며 말한다. "무슨 소리야 삼촌. 숫자가 이렇게 많은데. 지금 내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그때 차가 또 한 대 도착하더니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온다. 준호와 수현이다.

"우리가 너무 늦은 거 아니지?"

"나이스 타이밍!!!" 이한이 신난 목소리로 외친다.


"이나야! 너 괜찮아?"

수현이 다친 이나의 다리를 보고 놀라 말한다. 어느새 다리를 감싼 천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엄마 난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이나가 양손을 흔들며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이것들이! 뭐 하는 놈들이야?! 당장 쓸어버려!!"

한 남자의 호통으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5 대 40. 지난번에 사채업자 조직 30명을 상대할 땐 10분이면 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숫자도 더 많아졌지만 그보다는 싸움에 능한 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이나의 체구보다 4배는 더 큰 거구의 등장. 게다가 이나까지 부상을 입은 상황이다. 힘든 싸움이 될 듯하다.


거구가 달려오더니, 빠른 속도로 셋을 쓰러뜨린 이한을

들어 올려 벽 쪽으로 집어던졌다.


"강이한!!!"

"윽.. 괜찮아 괜찮아."

이한은 옆구리를 짚으며 간신히 일어난다.


"어이. 넌 내가 상대하지."

도혁이 거구를 향해 손짓했다. 그 말에 거구가 쿵쿵 소리를 내며 도혁에게 돌진했다. 엎치락뒤치락 두 사람의 끝나지 않는 싸움이 시작됐다.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짐승 두 마리를 연상케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현이 위기에 처했다.

한 놈을 들어 올려 바닥으로 내리꽂으려 하는데 뒤에서 수현을 향해 날카로운 칼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 순간 준호가 잽싸게 달려오면서 그의 등으로 칼이 꽂혔다.


"여보!!!"

"아빠!!!"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이나와 이한이 곁으로 와서 싸우고 있다. 나 다리를 다친 이나도, 벽에 부딪치며 심각한 타박상을 입은 이한도, 거구를 상대하는 도혁도 이제는 힘들어 보인다.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체력도 조금씩 떨어져 간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싸우면 무조건 이기는 가족 아니던가.


등에 칼이 꽂혀 있는 채로 준호가 힘겹게 일어서며 말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 모토잖아." 수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준호의 모습이 자극이 됐을까. 다들 에너지가 다시 채워진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도혁이 거구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며 싸움이 끝이 났다. 40명을 쓰러뜨리는 데 걸린 시간 총 17분. 그제야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다. 늘 누군가가 신고를 했으므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던 모양이다. 다행히 아저씨는 위층에 있는 방에 갇혀 있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저씨가 울먹이며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들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장기를 빼앗기고 끔찍하게 죽을 뻔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실종자로 처리되고 끝이 났겠죠."


그들 덕분에 아저씨는 무사히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그들은 대체 무엇을 지켜내기 위해 이토록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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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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