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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Jun 21. 2024

감추고 싶은 비밀(2)


"내 아들 데려와!! 내 아들부터 데려오라고!!!"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막무가내였다. 아들을 데려올 때까지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겠다면서. 모든 게 오해이고, 자신의 아들은 죄가 없다며 버티고 있었다.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겨우 진정된 할아버지는 다행히 치료를 받으셨다. 몇 시간 후 이나와 도혁이 병실을 찾아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도, 복도에도 아무 데도 없다. 간호사들에게 물어봤지만 자신들도 모르겠다고 할 뿐이다.


할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나와 도혁은 병원 곳곳을 찾아보지만 할아버지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마침 할아버지를 찾아온 경찰과 함께 병원 CCTV를 확인하러 갔다.

"엇.. 잠시만요!! 저기 저분 같은데?"

이나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맞는 것 같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은 화면이 말해주는 곳으로 달려갔다. 옥상이다. 난간 위에 할아버지가 위태롭게 올라서 있다.


"할아버지! 위험해요! 당장 내려오세요!!"

다급한 목소리에 슬쩍 뒤를 돌아보지만, 표정이 없다.

이미 모든 걸 체념한 듯한 사람의 얼굴이다.

"가까이 오지 마. 그랬다간 내 바로 뛰어내릴 테니."

앞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힘없이 툭 내뱉는다.

"제발요 할아버지!! 얼른 내려오세요 제발!!"

이나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삶에 미련 따위 없어. 80 넘게 살면서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다 해봤거든. 바람도 몇 번 피우고. 그 바람에 아내가 아들을 버리고 도망갔지만. 그때부터 아들놈은 나를 원망하면서 살았어.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지. 그게 나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을 거야. 결혼도 안 하고 일도 안 하고 잠도 거의 안 자고 오롯이 도박에만 미쳐 사는 게 말이지. 모아둔 돈도 다 가져갔어. 이제 돈 나올 구멍이라곤 두 가지뿐이야. 내가 죽어야 아들이 살아."


이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의 뒷모습이 한없이 애처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할아버지의 몸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졌다.


"안돼!!!"

이나는 아래로 떨어지는 할아버지를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다.

"꽉 잡으세요!!" 경찰의 목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난간에 착 붙어 있는 삼촌이 보인다. 그 옆으로 경찰이 붙어 있다.


"삼촌"을 부르며 곁으로 다가서니, 그가 할아버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실 때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앞으로 조금씩 다가간 덕분에 겨우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다. 힘을 합쳐 할아버지를 조심히 위로 끌어올렸다.


"이놈들아. 나를 살리면 어떡해."

바닥에 주저앉은 할아버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눈물이었다. 그의 흐느낌에 모두 잠시 동안 말을 잃었다.


그는 30년 동안 아들의 도박빚을 갚아주고 있었다.

아들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 생각했다.

어릴 땐 착하고 성실했는데, 중학교 때 엄마에게 버림 당하고부터 돌변했다고 한다. 그 원망이 고스란히 아버지에게로 향했고.


그는 구치소에서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자신이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건지 갑자기 정신이 차려진 것이다.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후회의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에겐 2억의 도박빚이 있었다. 얼마 전 도박장에서 빌린 돈이다. 신체 포기 각서를 쓰면서까지 받아낸 돈. 그 돈을 구할 길은 오로지 아버지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그 생각을 지우고 다른 결심을 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로.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벌금형으로 끝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도박장으로 제 발로 직접 찾아가려고 했다. 집 근처에 다가왔을 즈음. 승합차 한 대가 서더니 그를 태우고 갔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이나.

바로 택시를 잡아 뒤를 쫓아갔다. 가면서 삼촌에게 카톡을 남겼다. 도착한 곳은 폐건물이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나는 고민이 됐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혼자 안으로 들어가도 될지 말이다. 하지만 그러다 늦어버리면? 잠시 고민 끝에 좁은 통로를 찾아 들어가기로 한다.


발견한 통로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예쁜 아가씨. 여긴 어떻게 왔어? 혼자야?"

걷어차기로 상대방의 턱을 가격한 후 발차기로 옆에 있던 놈을 한방에 쓰러뜨렸다. 역시 이나는 발차기에 강하다. 아까 가격 당한 놈이 턱을 부여잡은 채로 아직 씩씩 거리고 있다. 놈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쳐 쓰러뜨린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왜 이렇게 어두워. 이나는 휴대폰 조명을 켠다. 해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대체 뭐야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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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감추고 싶은 비밀(3)'이 이어집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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