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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Jun 14. 2024

감추고 싶은 비밀(1)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주말 오후 이나는 도혁과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명랑한 5월의 향기, 눈부신 햇살, 초록빛 물결, 형형색색의 꽃들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 산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싱그러운 풍경 앞에 고요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다.


행복은 노력해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어디선가 읽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 일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적이 숨어 있을까. 하지만 때로는 행복이 주어져도 마음껏 만끽하기가 어렵다. 우리 인생은 그리 잔잔하게만 흘러가게 두지 않으니까.


"삼촌은 어떤 계절이 제일 좋아?"

"봄."

"왜?"

"우리 예쁜 이나가 태어난 계절이니까."


이나와 도혁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그때. 저 앞에 걸어가던 노인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나와 도혁이 얼른 뛰어간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도혁이 무릎 꿇고 앉아 할아버지의 머리를 받치고, 이나는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운다. 몇 초가 지나고 정신이 드셨지만, 혹시 몰라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몇 가지 검사 후에 의사가 왔다.

"환자 분, 최근에 머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으시죠?"

"..."

"검사 결과, 뇌좌상이 발견됐습니다. 어떻게 다친 건지 말씀해 주셔야 해요."

"..."


의사가 도혁을 복도로 불러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뇌 손상뿐 아니라 등이나 어깨에도 심각한 타박상이 발견됐어요. 폭행의 흔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씀도 안 하시네요. 간호사가 보호자인 아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바쁘다면서 끊어버리더랍니다."


그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던 찰나.

안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밖으로 나온다.


"환자 분, 아직 더 누워 계셔야 합니다."

"됐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난 괜찮으니 신경들 꺼!"

막무가내다. 호통을 치면서 그대로 나가버린다.

이나와 도혁이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따라나섰다.

이나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오래된 주택이지만, 서울이고 전철역 인근이라 집값이 좀 나간다. 그 건물은 할아버지의 소유였다. 그는 꼭대기층인 3층에서 홀로 살고 있다.


며칠 후.

불편한 마음을 안고 돌아섰던 이나와 도혁은 할아버지의 집을 매일 찾아왔다. 괜히 와서 과일이라도 건네며 안부를 여쭤보곤 했다. 그때마다 "필요 없어!" 하며 내치셨지만.


오늘은 밤산책을 나왔다가 할아버지 집을 지나기로 했다. 고요한 주택가. 할아버지 댁에 가까워지자 포악한 소리가 들려온다. 쾅쾅쾅. 도혁이 문을 세게 두들겼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문을 연다.


"누구쇼."

"안에 할아버지 계십니까?"

"누구냐니까."

"틈 사이로 할아버지가 방에서 힘겹게 기어 나오는 게 보인다. 도혁은 남자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남자가 선반에 있던 도자기꽃병을 들더니 도혁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 그전에 이나가 팔을 꺾어버렸고, 니킥으로 바닥에 눕혔다.


할아버지는 온몸이 피멍으로 가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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