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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Aug 17. 2024

수상한 그녀(1)


안녕하세요.

<이기는 가족>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다음 주 혹은 다다음주가 마지막화가 될 것 같아요.

끝까지 써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여름의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고 있는 주말 오후.

한 여성이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아니. 아예 제대로 걷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녀는 크롭 끈 나시에 시스루 남방을 걸치고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시스루 남방은 거의 벗겨져서 아래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이한과 이나는 맞은편에서 수상하게 걸어오는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대낮부터 술에 취했나?"

이한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글쎄. 술 때문이 아닐 수도."

이나는 그새 무언가를 간파한 걸까. 뭐지? 갑자기 그 여성의 옆으로 한 남자가 다가가고 있다.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는 동작을 한다.


"일행이세요?"

어느새 다가온 이한의 물음에 그가 잠시 당황한 모습을 띠었지만 이내 태연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저기요. 이쪽과 아는 사이 맞아요?"

여성의 얼굴을 보니 대답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눈에 초점이 없고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작다. 반면에 입고리는 살짝 올라가 있으며 헛웃음을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은 마치 좀비 같달까. 정신이 다른 세계에 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여자는 이 더운 대낮에 왜 이런 모습인 걸까.


이한은 생각한다. '마약 했구나.'

옆에 서 있는 이나를 쳐다보지만 전혀 당황한 빛이 없다. 진즉에 눈치를 챘던 모양이다.


"일행이 맞으시다면, 지금 바로 이 여자분의 휴대폰으로 전화 좀 걸어 보시겠어요?" 여전히 여성의 허리에 손을 얹고 있던 그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슬그머니 손을 빼더니 도리어 큰 소리로, "당신들이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야?"라고 내뱉고는 뒤돌아 줄행랑을 쳤다. 이한이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자가 넘어지려고 해서 부축을 해야 했다.


"업어."

"내가?"

"그래 네가."

"하. 날도 더운데."

투덜거리면서도 누나의 말은 잘 듣는다. 여자를 등에 업은 채 집까지 걸어갔다. 이나는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집에 다다를 즈음 뛰어서 나타났다. 줄행랑쳤던 남자를 혼내주고 오는 길이다.


그들이 집으로 들어서자, 준호와 수현, 도혁은 운동을 멈추고 다가왔다.

"누구야?"

"모르는 사람. 일단 정신부터 차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아서 집으로 데려왔어. 강이한, 내 방 침대에 눕혀줘."


어둑해진 밤. 그들은 거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취미가 운동이고 일상이 취미이고 인생의 큰 즐거움이 운동이니까.


그때, 여자가 2층 계단에서 힘없이 내려오고 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든 걸까. 눈빛이 아까와는 다르다.


"정신이 좀 들어요? 물 가져올게요. 잠깐 여기 앉아 있을래요?" 식탁 의자를 빼며 여자에게 말했다. 이나와 이한이 식탁 맞은편에 앉아 낮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정말 친절한 분들이시네요." 여자가 고개를 연신 꾸벅하며 인사했다. 그들은 괜찮다며 안심시켜줬다.


"실은 제가 우울증이 있어요. 클럽에서 만난 남자애가 있는데, 우울증을 치료해 주겠다면서 확신하더니 저를 어디론가 데려가더라고요. 어떤 건물 지하였어요. 입장을 하려면 음료를 꼭 마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조건은 그것뿐이라면서요. 들어가면 낙원이 펼쳐질 거래요. 이곳에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었다면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심신이 지쳐 있었던 저는 그 말에 혹해서 음료를 마셨어요."


물 한 컵을 다 비운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음료를 마시고 안에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은 정말이지 가관이었어요. 희미하지만 엉망진창이라는 건 분명히 기억이 나요. 바닥에 누워 몸을 뱀처럼 꼬고 있는 사람들.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사람들. 엉겨 붙어 있는 사람들. 얼른 그곳에서 나가야겠단 생각뿐이더라고요. 조용히 문을 열고 바닥을 기어서 겨우 빠져나왔어요."


여자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준호는 전화를 걸었다.

마약반 형사로 있는 친구에게. 그땐 몰랐다. 그들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틀 후 전화가 한 통 왔다.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연락이었다.


준호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그러더니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 뒤를 이한과 이나가 따라갔다. 그들은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어느새 눈앞에는 한강이 있었다. 노을이 비친 한강은 온통 붉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이나와 이한은 뒤에 서서 아버지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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