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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모 Oct 04. 2021

머릿속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생각의 흐름이 나를 자꾸만 사로잡는다면

머리로 세운 계획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 이 말을 우연히 접한 이후, 나는 종종 이 문장을 되새기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곤 한다. 머리로 세운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경우와 부정적인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아도 옳다. 대개 나 자신에게 이 말을 들려주어야 하는 경우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때이기에, 이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부정적인 쪽으로 극단을 향해 치달을 때가 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해 보자면, 다음날의 일정을 떠올리다 '내일 잘할 수 있을까? 아냐, 난 분명 실수할 거야' '내일이 아닌 다른 날이라고 해서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을까? 난 매일 실수할 게 틀림없어' '매일 이렇게 실수하다 보면 한 주, 한 달의 계획도 망쳐버릴 게 뻔해' '내 인생은 망했어! 난 절대 잘 해내지 못할 거야' 이런 식으로 눈덩이 굴리듯 생각이 마구 불어나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에 한 번 사로잡히면, 애써 다른 곳으로 생각을 옮겨 보려 해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더 골치가 아프다. 그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머리로 세운 계획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내가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물기를 겪는 때는 주로 잠들기 직전, 상상과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다. 눈을 감고 있으면 생각이 이리저리 번져나가는데, 만약 부정적인 순환 고리에 한 발이라도 디디게 되면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다음 날을 포함한 단기 계획 또는 중장기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리다 보면 부정적인 결론을 마주하기 일쑤다. 아무리 빠듯하게 계획을 세워 보아도 도무지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을 때, 목표를 향한 길이 너무나 요원해 보일 때, 매번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생활하는 스스로를 자각할 때 등 부정적인 생각의 외길을 걷게 되는 날이 적지 않다. 이런 순간에 머리로 세운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는 일침은 꽤 효과가 좋다. 내 머릿속으로 세워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미로가 허상의 것임을, 내가 나 자신에게 시야를 가리는 눈가리개를 씌우고 있었음을 즉시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단 한 문장으로 긍정적인 사고 흐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천국에 가는 것만큼이나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반대로 낙관적인 생각, 행복한 기대를 할 때에도 머릿속의 계획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상기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사실 이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 부정적인 생각의 순환고리에서 빠져나오는 사례처럼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상상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게 될 때가 있다. 이렇게 머릿속 행복에 심취하게 되는 순간에도, 나의 생각이 완벽한 청사진이 아니라는 걸 한 번쯤 곱씹으면 스스로를 무의식적으로 제한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울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아래에서만 상상을 이어가곤 하는데, 나의 사고 영역이 사실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갇혀 있었음을 알아차리면 그곳에서 벗어나 더 넓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긍정적인 사고와 상상을 하는 순간에 그것의 절대적이지 않음을 자각하면 생각의 흐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수치를 비롯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성취, 외부의 인정이 수반되는 사회적인 성공만을 꿈꾸던 한정된 시야를 넓혀 꿈을 이루는 순간과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에서 느끼게 될 충만한 감정, 그리고 사람들과의 다채로운 교류와 같은 무형의 자산과 행복 그 자체를 꿈꿀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지나치게 완고한 목표를 설정해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 느낄 큰 실망감이나 딱 그만큼을 이루면서 느낄 수도 있는 공허함을 예방해줄지도 모른다. 상상했던 것, 기대했던 것과 닮아 있으면서도 그것보다 살짝 더 좋은 순간을 겪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계획을 세우며 살든, 자신의 머릿속 세상이 완벽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일깨우는 건 늘 도움이 된다. 그 존재를 자각하기 전까지는 변화할 수 없듯이,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줄 알았던 머릿속 세상의 편협함과 한계를 깨닫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렵다. 일련의 생각 흐름이 자신을 사로잡을 때면 머리로 세운 계획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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