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간사한 엄마 마음이다

소소한 전업주부 일상글...

by 쓰는핑거



봄햇살이 완연한데 오늘 아침 바람도 차다.

아직도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좋다.

아이들을 모두 등원시키고 집근처 카페가 아닌 편의점에서 1500원을 주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샀다. 편의점 커피치고 맛이 아주 좋다.





어제 오이도에 갔다가 4,500원을 주고 마셨던 '바다 앞 카페' 라는 이름값이 더 포함된 비싼 커피보다 집 앞에서 파는 1500원짜리 커피맛이 훨씬 더 좋으니...


내 입맛이 저렴한 게 아니다. 편의점 치고 원두가 정말 신선하고 맛이 좋다. 이런 맛있는 커피를 15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행운이다.




햇살은 좋지만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있으니 이대로 집에 가기 아쉬워졌다. 마침 상호대차 신청을 해놓고 도서관에서 내가 어서 데릴러가줘야 하는, 빌려놓은 아이들 책이 생각났다. 예약한 도서를 찾아오면서 내가 읽을 책도 몇권 빌려와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지금이 오전 9시니까...

12시까지 혼자서 실컷 책 읽다 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따사로운 봄햇살 아침길을 걷는 발걸음이 왠지 신나고 즐거웠다. 느긋이 책 읽다가 꽂히는 책 두어권 빌려와서 주말에 하루종일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그렇게 5분쯤 걸었을까...

걸으면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짧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동안 건강하게 잘 지켜주심에 감사해요, 일주일의 마지막인 금요일인 오늘 하루도 아이들이 각자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고 마음속으로 아이들을 생각하며 되뇌이고 있었는데....


금요일이라고?

오늘은 금요일이네

오늘은 금요일이구나

오늘은 금요일이다.


한참 만에 생각났다.

우리집 근처 도서관은 금요일이 휴관일이다.

이상하게 금요일마다 도서관이 가고 싶더라니....

금요일이 휴관인 도서관이 적응이 안 되서였는지, 늘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서 그런지 금요일마다 도서관에 갔다가 허탕쳤던 적이 여러번이다.


오늘도 허탕칠 뻔 했다.

나의 소소한 계획이 무너지자 서운해졌다.

그래도 금방 알게 되어 허탕을 치지 않게 되었으니 이게 어딘가...


도서관 앞까지 갔다가 굳게 잠긴 도서관문을 바라보면 더 많이 속상했을 게다.


그래도 기도하며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내 스물스물 올라오는 이기적인 생각...


'조금만 더 빨리 알게 해주셨더라면....'


사람은 참 간사하다...


어쨌든 집에 돌아오자마자 따뜻한 커피를 놓고 책을 펼쳐 들었다. 원래는 청소를 마치고 책을 읽거나 할 일을 하는데..오늘은 다 내려놓고 싶다.




커피를 홀짝이며 책이나 실컷 읽는다.

엉망이 된 집, 내 손길을 기다리는 널부러진 살림살이들을 외면하고 책이나 실컷 읽었다.

금새 10시가 넘어가고 11시가 넘어간다.

이제 금방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어간다.


이제와서 청소나 하자니 귀찮아 죽겠다.

'아까 청소 먼저 하고 있을걸...'

집안일을 내려놓고 실컷 책이나 읽고 뒹굴거리고 났더니 이내 후회가 되니 사람마음이 참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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