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able은 이런 뜻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넘어간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주 5일 매일 릴스(숏폼 형식의 영상)를 올렸다. 코로나 직전까지 대학과 주재원 강의를 했던 나는 SNS를 해야 할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 인스타그램 하세요? 그럼 유튜브는요? 아님 네이버 밴드나 카페라도....
나: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막상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보니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라는 말은 형식적인 변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팔로워 1,000 명 그리고 그 후에는 5,000 명 , 1만 명을 목표로 매일 영상을 촬영하고 올렸다. (나는 내가 곧 인플루언서가 될 줄 알았다. 남들은 그토록 쉽게 소위 말하는 '떡상'이 되던데, 매일 꾸준히 영상을 올려도 내 계정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 '그만 두자'라는 마음의 소리와 싸워야 했다.
'다른 사람한테 먼저 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세요.' ,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세요', '후킹이 중요해요.', '첫 3초 안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썸네일은','벤치마킹 하세요.'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들었던 말들이다.
고액의 인스타그램 강의도 듣고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고 공부했다. 유튜브에서 유명하다는 영상은 다 찾아보고 컨설팅 받고 영상 편집하고.
'영어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보았다.
'떡상'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매일 올린 영상 중 하나가 '떡상'이 되었다.
1만 팔로워를 달성했다.
협업 메시지가 더 자주 오고, 수상한 계정도 내게 연락을 한다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뿐.
1만 팔로워가 달성 되고 다음 날,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뉘앙스 차이, 기본 표현과 헷갈리는 것 구분, 영어로 숫자 읽기, 영어 라이팅에 관한 정보...
카메라 앞에서 혼자 25년 동안 강의하듯 설명하고 알려주고.
썸네일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고, 영상이 화려하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영상이 요즘 트렌드에 맞게 세련되지도 않다.
웃기지도 않고, 영상 속 주인공인 내가 관능적이지도 못하다.
'누가 그토록 나이 많은 영어쌤의 1분 영상을 열심히 볼까?'
[사실상, 내 팔로워의 대부분은 나의 오랜 교육 경력을 믿고 오는 여성, 어머님들이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 (instagram)+ 할 수 있는 (-able)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새로 생긴 단어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이란 뜻으로 트랜디 하고, 세련되고 감각적이고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 한으로 이해하면 된다.
respectable 존경할 만한
reliable 믿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portable 휴대할 만한, 휴대용의
acceptable 받아들일 수 있는
changable 바꿀 수 있는 , 변덕이 심한
movable 움직일 수 있는
breakable 깨질 수 있는
등등...
내가 무턱대고 해 왔던 나의 SNS는 완벽하게 able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노력하는 만큼 충분히 instagramable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착각 이었다.
또 한 번, 깨달았다. 인생에서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씁쓸하다. 하지만 내게는 젊은 감각은 떨어져도 reliable과 flexible 함이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instagramable 말고 lovable 이나 꿈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