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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Nov 04. 2022

꼬면 너희들도 해 보시던가.

'호르몬 동물'의 사적 공간을 맘 먹고 공개한다. 



이 정도는 양호하다. 매일 보는 방이지만 기가 차다. 

"에잇, 씨!"

나름 깔끔 떠는 내 성격상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씩씩 대면서 창문을 열고 아들의 이불을 들었다. 


'아! 맞다,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얼마 전에 '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을 읽고 깊은 깨달음을 받은 구절이 있었다. 

'부모가 불편해서 잔소리하는 것이고, 부모가 참지 못해서 따라다니는 것이고.....

부모가 걱정되고 불안하니 아이들을 재촉하는 것이고.' 

다 맞는 말이다. 뼈가 시릴 만큼 맞는 말이어서 책을 읽고 한동안 멍했던 적이 있었다. 

법륜 스님은 내가 봐도 정말 탁월하신 분 같다. 어찌 그렇게 부모 마음까지 속속들이 아실까? 

아들의 땀냄새가 뒤섞인 이불을 털으려던 나는 스님의 '명찰함'에 이끌려 대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찰칵! 




'홀아비 냄새도 아닌 것이, 꼴랑 꼴랑 한 냄새, 문을 열면 '확' 느껴지는...

정수리에서 나는 두피 냄새, 기름이 잔뜩 눌어붙은 프라이팬에서 날 것 같은 눅진함.' 


딸은 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자신들의 방에 특이한 냄새를 채워 넣고 있다. 

'사춘기 냄새'다. 엄마지만, 때때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이 들 만큼 심한 적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소위 말하는 '개기름'이 얼굴에 좔좔 흐른다. 

'뽀드득' 나게 닦으면 좋은데, 그것도 귀찮은 듯 몇 번 하고 안 한다. 


아이들은 '호르몬 동물'로 바뀌고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분명 '신체와 생각의 성장' 일 것이다. 

몸은 분명 '진화'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행동은 때때로 '퇴화'를 하고 있는 듯하다. 




배고프면 먹는다. 신나게 먹는다. 유튜브 보면서 뭐가 좋은지 잘도 먹는다. 

점점 배가 부르기 시작한다. 침대에 눕는다. 

갑자기 피곤함이 밀려온다. '잠깐 쉴까?'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는다. 

숙면을 취한 뒤, 나의 신경질적인 소리에 뒤척이기 시작한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마지못해 일어난다. 


"알았다고요! 일어날게요"라고 소리치면서 '눈 흘기는 것'은 딸의 주특기다. 

자고 나서 아이들은 화장실에 간다. 두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그리고 운동복을 챙긴다. 

"다녀오겠습니다."

체육관을 가서 신나게 땀을 흘린다. 

갑자기 에너지가 샘솟고,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옷이 흠뻑 젖을 만큼 운동을 하고 오니 다시 배가 고프다. 

저녁인지 야식인지 모를 애매한 식사를 신나게 한다. 

'이쯤은 먹어도 돼. 얼마나 땀을 흘렸는데.' 


또 졸음이 온다. 바로 자기엔 눈치가 보여서 컴퓨터를 켠다. 

아들은 게임의 세계에서 신나게 '씨, 카카, 하하, 존 x'를 남발한다. 

딸은 '틱톡' 영상을 보면서 혼자서 웃고 춤을 춘다. 

자정이 됐다. 잠은 안 오고, 공부는 하기 싫다. 

'먹이 찾는 맹수'같이 부엌으로 향한다. 

마루에서 '나'와 마주친다. '내 잔소리'에 격하게 반응한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고 괜히 큰소리다.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씩씩'대면서 침대에 눕는다. 

오후 내내 단잠을 자서 잠이 오질 않는다. 유튜브를 보면서 '히히덕' 거린다. 

아이들은 새벽까지 '본능'에 이끌려다니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단순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호르몬 동물' 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단순한데, 지극히 예민하다. 심리학자나 의사들은 말한다. 

청소년기의 뇌는 '리모델링 공사를 매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런 이유로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 

분명 자신들의 사적인 공간이 침해된 것을 알면, 난리 칠 것이다. 

"아이, 엄마! 치우려고 했는데요. 엄마는 늘 급발진이에요! 정신적 피해 보상 하세요!" 



그래, 나는 급발진해서 더러운 거, 지저분한 거 못 참고 사진 올리고 글 쓰는 '못된 엄마' 하련다. 

나도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서 발악 하는 중이다. 


니들도 꼬우면 내 흉보고 다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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