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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Mar 17. 2024

100-14 아이친구와 아빠친구

조용하던 갈매기가 끼룩끼룩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여러 마리가 모여든다. 어떤 신호일까? 낮 동안 조용하던 갈매기가 물가 한가운데 모여들어 주변을 넓게 맴돈다. 오후 4시쯤. 해가 구름에 가리니 제법 덥게 느껴진 날씨가 찬바람에 다시 쌀쌀해졌다.      


어젯밤 남편 지인들과 하는 모임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다연이네랑 내일 우리는 낚시 갈 건데 같이 갈래요?”

작년부터 우리 세 가족은 매월 회비를 걷었고 일정을 맞춰 여행을 갔다. 특히 낚시를 좋아하는 두 여인은 호흡이 잘 맞다. 가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낚시를 다녀오기도 했다. 남편들은 여인들의 등쌀에 짐가방을 들고 나르거나 라면 끓이는 담당을 했다.

“응? 내일? 알겠어.”

남편의 이번 주 스케줄은 야구 경기가 있다. 늘 그렇듯 나는 아이 또래가 있는 곳이라면 짐가방을 들고 어디든 달려가 어울리는 게 익숙했다. 가끔 남편 없이 다니면 힘들지 않으냐고 묻지만 처음부터 없었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어릴 적엔 부스터, 기저귀, 이유식도 챙겨야 했지만 그때 비하면 지금은 훨씬 수월하다. 

지인들과의 모임은 아이 또래 위주다. 보통의 부모가 그렇듯 부부의 나이보다는 아이 연령에 맞게 형성된다. 아이가 어릴 적엔 나의 지인들과 모임을 자주 가졌으나 초등학생이 되니 누나, 동생보다 동성 친구와 놀이 코드가 맞다. 이럴 때면 엄마들과의 성향이 맞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는 엄마가 끼워준 지렁이 낚싯대를 붙들고 자리를 잡았다. 친구들에게 “이제 넣는다!”라고 소리치며 물고기가 잡히길 기대했다. 나란히 앉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 몇 마리를 낚아 올리고 각자 끓여진 라면을 챙겨 자리를 잡은 아이들. 형제와 남매 사이 앉은 외동아이. 친구들과 어울리니 신이 나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몇 시간 후 남편의 전화가 왔다.

“세이는? 잘 놀고 있나? 야구 끝나고 뒤풀이 안 가고 바로 넘어갈게!”

요즘, 아이가 크고 나서 남편은 아빠의 역할에 대해 의식하는 듯했다. 가끔 ‘왜 아빠는 혼자 놀아?’, ‘이번에도 엄마랑 나랑 둘이 가는 거야?’ 등 아이가 여행을 갈 때마다 아빠를 찾으니 자연스럽게 철이 드는 중인가 보다. 아이를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아빠의 역할까지 모두 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엄마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남편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려고 노력한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뒤늦게 도착한 남편은 친구와 앉아 오늘 있었던 야구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와 미참석자에 대해. 경기 승부에 대해. 어젯밤 계모임에서 못한 대화까지. 어제는 함께 있었던 친구이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듯 한껏 신나 있다. '친구가 저렇게 좋을까?' 야구는 야구대로 친목계는 친목계대로 매번 만나는 친구들이 저렇게도 반가운가 보다. 남편이나 아이나 각자의 친구를 찾아 웃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흐뭇해진다.

산다는 건 서로 달라도 맞춰가는 것. 맞춰가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큰 기대보다 작은 것을 찾아가는 것.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책과강연#백일백장#16기#아이#아빠#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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