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깊이 파고 들어가니
깊이 차올랐지
깊이 차오르니
물비린내 진동했지
맑은 물에도 그늘지고 고여있으니
비린내 머금고 이끼가 자랐지
이젠 내려갈 수 없고
숨길 수도 없고
보이지 않는
우울의 깊이
잠수한 날벌레들의 날갯짓
그만큼의 파문도 벽을 때리고
지나가는 구름은 보아도
노을 지는 구름은 볼 수 없고
별이 뜬 좁은 하늘은 비춰도
별이 떨어지는 꼬리는 비출 수 없지
그저 퍼 올린 만큼
다시 차오르고
들여다본 만큼
깊이 가라앉고
돌 던져봐야
끝없이 내려가
닿는 소리 들리지 않는데
어쩌다 날아든 나뭇잎
둥둥 떠서
살얼음보다 얇은 파도를 만들어 봐야
이끼 낀 우물 벽은 침묵하지
손 닿아 보려 해도
너무 먼
우물의 깊이
숨겨보아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