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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Mar 07. 2024

우물


깊이 파고 들어가니

깊이 차올랐지     


깊이 차오르니

물비린내 진동했지     


맑은 물에도 그늘지고 고여있으니

비린내 머금고 이끼가 자랐지     


이젠 내려갈 수 없고

숨길 수도 없고

보이지 않는

우울의 깊이     


잠수한 날벌레들의 날갯짓

그만큼의 파문도 벽을 때리고

지나가는 구름은 보아도

노을 지는 구름은 볼 수 없고     

별이 뜬 좁은 하늘은 비춰도

별이 떨어지는 꼬리는 비출 수 없지


그저 퍼 올린 만큼

다시 차오르고


들여다본 만큼

깊이 가라앉고


돌 던져봐야

끝없이 내려가

닿는 소리 들리지 않는데     


어쩌다 날아든 나뭇잎

둥둥 떠서

살얼음보다 얇은 파도를 만들어 봐야

이끼 낀 우물 벽은 침묵하지     


손 닿아 보려 해도

너무 먼

우물의 깊이     


숨겨보아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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