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꺾어다 화병에 두지는 않겠다.
고운 너로 내 집을 장식하지는 않으리.
뿌리째 뽑아 내 마당에 심지도 않으리.
너 혼자 비 맞고 추위에 떨게 하진 않으리.
화분이면 적당하지.
플라스틱 아닌 값비싼 화분에 심어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어여삐 여기고
따뜻함도 함께
아늑함도 함께 누리겠다.
- 너 없을 때는 무작정 기다리겠구나.
- 너 있는 날을 세며
- 너 없는 날을 세며
- 함께 있는 이유를 의심하며
- 오지 않는 이유를 짐작하며
- 혼자 따뜻할 때도 혼자 아늑할 때도 있으리.
- 하릴없이 바람 없는 창문 앞을 지키겠구나.
그렇다면 널 만나러 가겠다.
네가 있는 그 낯선 길을 걷다 보면
널 향해 가는 온 순간이 너로 가득하겠구나.
함께 지는 노을의 그 감사함을 감사하며
새벽별의 그 청아함을 감탄하며
너 있는 곳의 그 풀냄새와 흙의 생명력에 감응하며
있는 그대로의 마음에 물들어가리라.
- 그렇다면 널 만나러 가겠다.
- 바람을 타고 그 저문 하늘을 날다 보면
- 널 향해 가는 온 순간이 너로 가득하겠구나.
- 푸른 어둠을 향해서 걷겠지.
- 감정은 폭풍일 때도 보슬비일 때도 있겠지.
- 너 있는 곳의 드넓은 광활함에 멀미를 해도
- 있는 그대로 서로의 꿈에 물들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