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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Apr 23. 2022

한 뼘


선착장과 배의 한 뼘

그 사이에서 바닷물은 파도쳤다


이파리와 이파리 사이에서

바람이 불고 서로 부딪쳤다


나와 너

나란히 앉은 한 뼘 사이에서


나와 너

같은 곳을 보며 앉은

손가락 한 마디 틈으로

개미가 어갔다.


까맣고 단단한 개미

바람이 분다

까맣고 단단한 그림자

파도가 친다


한 뼘의 사이에

한 뼘의 마음이 남


눈과 눈 사이는

블랙홀만큼의 거리

같은 방향에 자리한

나의 세계

같은 방향에 자리한

너의 세계


한 뼘의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나와 너

잡지 못한 손과 손

손톱만 한 틈 사이로


꽃잎이 떨어지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열기는 식어가고

손톱 끝까지 밀려왔던 하얀 포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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