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3년이라는 시간을 직장에 쏟았다. 아침잠이 많은 탓에 일찍 출근하진 못했어도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하는 일은 없었다. 빠르면 저녁 7시, 늦을 땐 10시가 넘어서까지 일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직업이다 보니 감정 소비도 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상을 찌푸려서는 안 되는, 늘 웃음 짓고 있어야 하는 이 직업은 점점 나를 틀 안에 가뒀다. 심지어 말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모든 직장인이 그러겠지만 특히 이 직업은 말 한마디, 단어 하나를 조심해야 했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이루어야 할 것이 동시에 점점 많아지는 이 직장에서 나는 수많은 고민에 휩싸였다.
결국 나는 ‘나를 잃어버린 기분’을 느꼈다. 일할 때는 물론 퇴근하고 나서도, 주말에도 나는 직장과 아이들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심장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땐 심각한지 몰랐다. 그저 세심한 성격 탓에 자주 긴장하는 줄로만 생각했다. 그렇게 내 입에서는 “퇴사할까?”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좀 더 버텨보라는 아빠와 할 만큼 했다는 엄마.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그만둬보겠냐는 친구들. 그렇게 고민 끝에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직업상 바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학기를 채워야 했다. 2023년 2월 28일. 내가 퇴사하게 될 날짜였다. 그렇게 나는 휴대전화 속에 디데이를 설정해 놓은 상태로 직장에 대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저릿했다. 고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앞으로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나중에 다시 취업할 생각까지 하면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던져놓기로 결심했다. 우선 내가 살아야 했다. 내가 숨통이 트여야만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게 된 퇴사 다짐에 상사와 동료들은 나를 말렸지만, 나는 그럴수록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나는 이곳을 떠나야만 했고, 그렇게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