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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한 장의 용기

by 이 은

내 생애 첫 직장이라 퇴사도 처음이었다.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했지만, 설렘이 더 컸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 퇴사한다!”라며 외치고 다녔다. 많은 이들이 여태 수고 많았다고 축하해 주었다. 그러던 중 대학 선배인 주디언니와 유럽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유럽 여행은 내 인생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일 정도로 소중한 꿈이다. 이미 한 번 유럽을 다녀온 주디언니는 “너 퇴사한다며. 그럼 같이 유럽 가도 좋지!”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늘 머릿속으로 꿈꾸던 유럽. ‘유럽을 같이 가자고? 진짜로 가능한 일인가?’ 휴대전화를 들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긴 대화 끝에 유럽 메이트가 되기로 약속했다. 살아온 인생 중에 했던 그 어떤 약속보다 소중한 약속이었다.


퇴사까지의 하루하루는 금방 지나갔다. 맡고 있던 일을 하나둘씩 내려놓고 정리하자 시원섭섭했다. 그렇게 2월 말이 되고, 여러 동료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지막 퇴근길로 향했다. 퇴사 이후의 삶은 꽤 괜찮았다. 눈이 떠질 때까지 자고,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부모님과 언제든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바로 달려갈 수 있었다. 다가온 봄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일은 유럽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 일이었다.


몇 주 정도 휴식 기간을 가지고, 나와 주디언니는 응암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달달한 크로플을 먹으며 우리는 어느 나라부터 가볼지 고민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다양한 in, out이 있었다. 당시 새로운 항공사가 생겨 독일로 입국할까도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몇 없는 비행기로 인해 선택이 제한적이었다. 여러 가지 in, out을 고민한 끝에(정말 몇 십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영국 런던으로 출국해 독일 뮌헨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나와 주디언니는 자세를 다잡고, 눈이 빠지도록 비행기 티켓을 찾았다.


우리에겐 세 가지 기준이 있었다.

1. 출, 입국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을 것

2. 직항, 경유 상관없이 안전한 항공사일 것

3. 금액대가 적당할 것

티켓을 예매하는 순간

다행히 별로 까탈스럽지 않은 기준에, 날짜까지 자유로워서일까. 우리는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바로 원하는 항공편을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싱가포르 항공이라는 꽤 유명한 항공사까지 고르는 운이 따랐다. 경유라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덕에 새로운 나라도 구경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백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으로 예매했다. 우리는 카페 구석에서 조용히 함성을 질렀다. 그렇게 말로만 뱉던 우리의 유럽 여행은 티켓 한 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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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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