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이 잦은 견종을 ‘악마견’이라 부른다.
3대 악마견, 새로운 악마견 리스트...
그리고
비글은 그 리스트에서 좀처럼 빠지지 않는 견종이다.
소파와 가구를 뜯고, 식탁 위 물건을 쓰러뜨리는 걸론 모자라
쓰레기통을 뒤진다.
단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다.
아무 죄 없는 문짝은 결국 너덜너덜해지고,
이사를 앞두고는 괴연 원상복구가 가능한지 걱정하게 된다.
‘비글미’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장난꾸러기, 가만히 못 있는 에너지
사고뭉치지만
화난 사람을 보고도 웃는 천진난만함과 살랑이는 꼬리와 애교 가득한 성격.
비글미라는 뒤에는
늘 사람을 향한 순애보가 숨어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비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실험견으로 사용되는 견종이다.
비글이 실험견으로 선택되는 이유는
단순히 크기가 적당해서만은 아니다.
사람을 향한 무한한 신뢰와 유순한 성격도
그들이 실험에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만약 말티즈나 치와와가 실험에 쓰였다면
실험자들의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테지만
순둥이 악마견, 비글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손길일지라도 조용히 받아들인다.
비글은 호기심이 많아 사고도 많이 치고,
산만하기도 하고, 때론 말도 잘 듣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비글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눈빛 속에는 오직 사람만을 향한 깊은 믿음이 담겨 있다.
구박받고, 실험에 동원되고,
그래도 또다시 사람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비글에게
‘악마’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는 건
너무 잔인한 형벌이 아닐까.
다행히 비글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실험견으로 평생을 살았던 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려는 구조단체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형견에 짖는 소리가 크고 거대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비글을
분양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비글은 비교적 건강한 견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적으로 간질을 앓는 개체도 적지 않다.
갑작스러운 경련이나 발작은 처음 보는 보호자에게 큰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약물 치료로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귀 건강이다.
귀가 늘어져 있어 통풍이 잘되지 않고,
조금만 소홀해도 외이염 등 염증이 쉽게 생긴다.
자주 긁거나, 귀에서 냄새가 나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행동이 잦다면
귀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작은 주의와 배려, 그리고 조금 더 부지런한 손길이 있다면
비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특별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그들은 사랑을 원하고, 늘 사람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
사람을 너무나 사랑한 개, 비글.
그들의 진심이 사람에게도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