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와 사랑을 한다의 차이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16일 차

by 은혜

"나는 딸을 사랑한다. 그래서 딸의 오랜 늦잠 습관까지도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한다는 그럼에도 사랑하겠다 는 의지가 좀 더 반영된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방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해 주는 행위다.




딸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잠과의 전쟁을 치렀다. 기면증을 의심할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했다. 학창 시절 공부와의 싸움보다는 잠과의 싸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딸이 워킹 홀리데이를 간 1년 동안 잊고 지냈다. 귀국 후 또 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잘래, 언제 일찍 일어나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지"


매일 이런 엄마의 잔소리가 한 바가지 기다리고 있으니, 더 일어나기 싫었던 게 아닐까?

내가 딸에게 '나는 오늘도 일찍 못 일어났어'라는 무력감을 무의식 속에 심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나를 환영해 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면 더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을까? 10년 동안 무한 반복해 왔던 기상 패턴을 한번 바꿔보자!


우선 지난번 쿠팡에서 주문한 '환영합니다' 플래카드를 찾아냈다. 그리고 딸이 스스로 눈을 뜰 때까지 조용히 대기했다. 딸은 고맙게도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일어나서 거실로 걸어 나왔다. 나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나의 장난기도 한 몫했다)


"환영합니다. 일어난 걸 환영합니다"

"엄마, 오늘 텐션이 왜 이렇게 높아?"





딸이 오늘 점심 식사로 양배추참치 덮밥을 만들었다. 아주 맛있고 든든한 한 끼였다. 아침부터 내가 덕(?)을 쌓은 덕분인 것 같다.


가족 간에는 오랜 세월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역기능 패턴이 있다. 한 번쯤 그 패턴을 멈춰보면 순기능 패턴으로 바뀔 수도 있다. 물론 한 두 번의 노력으로 쉽게 바뀌긴 어렵다.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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