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 좋아서 매일 아침 출근길이 설레시나요?
아마 "난 출근길이 너무 즐겁고 일하는 게 행복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서 신기하게 쳐다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직장인에게 회사란 곳이 가슴 뛸 정도로 좋은 장소가 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운 좋게도 그 소수의 사람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졌고, 회사 일이 마냥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죠. 눈치채셨겠지만, 과거형이라는 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정말 신나게 회사를 다녔습니다. 동료도 좋았고 업무도 적성에 맞았죠. 오죽하면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었을까요. 단지 일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말이죠. 누군가는 기분 나쁠지 몰라도, 저는 그 별명을 꽤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정말 잘해내고 싶었으니까요.
물론 모든 순간이 좋았던 건 아닙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죠. 하지만 묵묵히 견뎌내어 마침내 결실을 맺었을 때의 짜릿함은 그 모든 고생을 한 방에 날려주곤 했습니다. 그 성취감이 좋아서 더 열심히 달렸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거래처의 갑질, 원치 않는 접대, 주말 반납, 4일 밤샘 근무... 이런 일들이 제가 원해서 한 일이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저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했을 뿐입니다.
요즘 유튜브나 미디어를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정말 달콤하고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만 좇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십중팔구는 암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여행이 좋다고 무작정 사표를 내고 여행길에 오른다면 어떨까요? 모아둔 돈을 다 쓰고 나면 결국 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힙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다 오히려 나 자신을 잃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큰 축복이니까요. 다만 관점을 조금 바꾸자는 겁니다. 많은 분이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함께 가는 것입니다. 해야 하는 일을 해내야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할 기반이 마련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우선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해 누구보다 잘하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가 생깁니다. 처음엔 그 비율이 9:1 정도로 미미하겠지만, 점차 하고 싶은 일의 비중을 늘리고 해야 하는 일을 줄여나가는 겁니다. 이 과정은 아주 천천히 진행됩니다. 저의 경우 20년이 걸렸습니다. 그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야 하는 일이 4, 하고 싶은 일이 6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만큼 올 수 있었던 건,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0대 중후반에 접어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켜야 할 것들 때문에 자신을 내려놓고 '해야 할 일'만 하며 살아가죠. 나이가 들수록 그 수는 더 줄어들 겁니다. 여러분은 그중 한 명이 되고 싶으신가요?
목표가 여행가든, 임원이든, 사업가든 상관없습니다. 한 번에 이루려 하지 말고, 그 목표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세요. 그것을 해냈을 때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꾸준히 시간을 쌓아가세요. 남들이 볼 땐 어느 날 갑작스러운 성공처럼 보이겠지만, 당신은 알 겁니다. 그 변화를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해야 할 일을 감내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는지를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여러분도 분명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