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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에 정답은 없어도 '오답'은 있다

by 고인물

직장을 선택할 때는 참 많은 요소를 고려하게 됩니다. 연봉, 근무 시간, 수당, 동료, 업종 등 따져야 할 것이 너무나 많죠. 만약 당신이 최근에 직장을 구했거나, 혹은 오랜 기간 근무 중이거나, 앞으로 구할 예정이라면 이 수많은 요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했나요?

혹시 ‘취업 시장에서 그런 것들은 사치다’, ‘돈만 많이 준다면 뭐든지 할 거야’, ‘난 죽어도 워라벨을 지킬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어쩌면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절박한 취준생, ‘돈’을 선택하는 분들은 부양가족이 있는 가장, ‘워라벨’을 외치는 분들은 회사의 실무자인 대리, 과장급일 확률이 높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직업의 선택 기준은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없을지언정 ‘오답’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오답만 피해도 꽤 괜찮은 선택이 됩니다. 그렇다면 직업 선택에 있어서 오답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악의 오답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선택’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데 자동차 공장의 정비공으로 취업하거나,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전혀 무관한 공연 연출을 하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과 동떨어진 직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왕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경험이 더 좋지 않을까요? 작가를 꿈꾼다면 정비공보다는 출판사 업무가,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라면 공연 연출보다는 자동차 딜러가 훨씬 더 직접적인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 줄 테니까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알면서도 오답을 선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꿈과 관련된 일보다는 당장의 연봉이 높은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일단 돈을 많이 벌어 조기 은퇴한 뒤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겠다’는 생각, 혹은 SNS에 여행이나 명품을 올리기 위한 과시욕이 그 배경에 있기도 합니다.

물론 생계가 당장 급해서 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오답’이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정답에 가까운 선택’은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돈보다는 자신의 미래와 꿈을 위해 직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은, 때로는 상황 탓이 변명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서 말했듯 직업 선택에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답을 피하고 정답에 가까운 선택을 많이 할수록 남들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가능성은 커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답을 피할 수 있을까요?


첫째,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나를 모르면 오답을 피할 수 없습니다. 회사 신입사원 중 1년 정도 일하고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퇴사 후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종종 있습니다. 만약 여행사 직원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과연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물론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광지나 휴양지에서 소비적인 시간을 보냅니다. 이는 ‘자신을 위한 여행’이라기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 떠나는 ‘유행을 따르는 여행’이거나, 현실 도피성 휴식에 가깝습니다. 진정 발전을 위한 여행이라면 박물관을 가거나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문화를 체험하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남들을 따라 하는 선택은 오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선택한 일을 50세, 60세가 되어서도 할 수 있을지, 하고 싶을지 생각해 보세요. 좋아하는 일도 막상 업이 되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평생 지속할 수 있을까요? 하기 싫은 일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고통을 상상해 보세요. “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만약’의 영역이자 복권에 당첨될 확률과 같습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복권에 인생을 거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요? 싫어하는 일을 10년, 20년 억지로 견디는 지옥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당장의 조건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행동해야 합니다. 자신을 알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더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거나 머릿속으로만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계획 중 가장 쉬운 것 하나만 골라 바로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매일 지속하세요. 작심삼일이 아니라, 간단한 일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동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매번 정답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완벽한 정답을 고른다면 인생이 바뀌겠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합니다. 하지만 정답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정답을 못 맞히는 대신, 오답을 피할 수는 있으니까요.

인생은 오답만 피해도 ‘부분 점수’를 받습니다. 이 부분 점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새 정답을 맞힌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정해진 문제만 푸는 시험이 아니라 무한한 문제가 주어지는 과정입니다. 그 속에서 치명적인 오답을 피해 정답에 가까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렇게 부분 점수를 챙기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충분히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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