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참,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일을 맡기는 입장에서도, 그 일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왜 이런 괴리감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보통 자신의 능력을 기준으로 삼거나, 혹은 상대방이 당연히 갖춰야 한다고 믿는 가상의 기준치를 설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 주관적인 기대에 가깝습니다. 실무자의 경력이나 현재 역량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 고집하는 것은, 마치 중학생에게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내밀고는 왜 풀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실무자 역시 자신의 시선으로만 업무를 해석하곤 합니다. 상사가 원하는 의도보다는 내가 편한 방식, 내가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려 합니다. 상사는 고차원적인 해답을 원하는데 실무자가 기초적인 답변에 머물러 있다면, 상사는 실망하고 실무자는 무리한 요구라며 불만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서로의 기준이 평행선을 달릴 때, 직장 내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이런 불협화음을 방치하는 조직은 아주 천천히 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선택하는 전략이 바로 ‘시스템’입니다. 특정 개인의 뛰어난 역량에 기대기보다, 누가 그 자리에 앉아도 최소한의 결과가 나오도록 매뉴얼화하는 것입니다. 시스템은 회사를 지탱하는 최후의 방어막이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안전장치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 시스템 안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완벽히 적응하여 그 규정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은, 회사와 개인 모두가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성장은 시스템의 안온함을 깨고 나갈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혹자는 "내가 노력해서 실력을 키워봤자 결국 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의 성장은 회사의 성장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상사의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배움의 공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열매는 매우 달콤합니다. 타인의 인정은 저절로 따라오며, 무엇보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실력을 키우는 것은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당장 조직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신다면 괜찮습니다. 우선은 시스템을 완벽히 익히는 것에 집중하십시오. 하지만 그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너머를 바라보십시오.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나’에 머물지 말고, 시스템 자체를 운영하고 설계하는 ‘나’를 상상해 보십시오. 막막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못 할 일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능력이 부족해서 못 하기보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 마음 같지 않은 업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겪고 있는 그 불협화음을 성장의 신호로 삼아, 시스템 밖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